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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엠비·아소에게 띄우는 ‘자살 막는 법’

등록 2009-05-06 18:22수정 2009-05-07 10:15

강상중(59) 일본 도쿄대 교수
강상중(59) 일본 도쿄대 교수
‘고민하는 힘’ 강상중 도쿄대 교수 “신자유주의 벗어나라”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베스트셀가 된 <고민하는 힘>(사계절)의 지은이 강상중(59) 일본 도쿄대 교수는 “책이 이렇게까지 (많이) 읽히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일본에선 지난해 나온 뒤 70만 부 이상, 한국에선 출간 한 달만에 2만부 이상 팔렸다. 출판사가 주선한 한국독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방한 중인 강 교수는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살’을 키워드로 삼아 책이 두 나라에서 팔리는 이유를 이렇게 나름대로 짚었다.

“지난 3월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선 올해 자살자가 1개월에 4천여명꼴로 나왔다. 1998년 이후 대체로 연간 3만여명이 자살한 걸로 집계됐는데, 올해는 그 수가 4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0년간 적어도 30만이 자살했고, 많게는 그 몇배가 된다는 얘기도 있다. 이는 ‘선진국’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나는 재일동포(‘자이니치’) 2세다. 우리 부모들 즉 자이니치 1세들은 가난과 멸시, 차별 속에 자살충동에 시달렸으나 이젠 그 후손들 다수가 중산층 이상의 지위에 올랐고 그래서 나 같은 사람도 나왔다. 그런데 지금 일본사회 전체가 자이니치화하고 있다. 일본국민의 10%가 연수입 200만엔 이하의 가난뱅이로 전락해 물건이나 쓰레기취급 당하고 있다. 일본사회의 자이니치화란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가운데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실업자가 돼 예전의 자이니치와 같은 어려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88만원 세대’를 거론하며 “한국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화와 통일 등이 시대적 과제로 살아 있을 때는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냉전 붕괴 뒤 그것마저 사라졌고, ‘386세대’를 상징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젠 검찰조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꿈은 사라졌고 정치불신이 깊어가는 가운데 참으로 고통스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세계경제가 파산해 자본주의 자체가 붕괴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고민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라고 했다. 하나는 “사회와 국가, 타인과 격리돼 나홀로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것”인데, 지금 유행하는 인플루엔자A의 경우처럼 글로벌리즘(세계화)은 그것마저 허용치 않는다고 했다. 또 하나는 “내셔널리즘(민족주의)으로 빠지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 뒤에도 그런 상황이 벌어졌고 당시 불황과 실업으로 고통받은 젊은 세대들이 바로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였으며, 결국 히틀러의 나치 등 파시즘 등장을 불렀다. 강 교수는 “일본 신문에선 심지어 ‘어차피 죽을 거라면 타인에게 폐 끼치지 말고 죽어라’는 기사까지 뜰 정도”라며, 한국과 일본은 얼핏 보면 서로 매우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닮았다고 했다. 문제는 결국 신자유주의다. 그는 일본 한국이 미국 영국 2~3배에 달하는 자살자를 내는 나라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까지의 방식으론 더는 나아갈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는 “자살자가 3만명이 넘는 사회의 정부는 실격”이라고 했다. “나는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일본 정치가들은 모두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라’고 얘기하는데, 한국 정치가들한테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도 실격이다. 정치가들은 고민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아소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드리고 싶다.”

좀 더 구체적 해결책을 묻자 그는“지금까지의 발전주의적 접근방법을 버리는 것”에서 답을 찾았다. 저금리와 환율조작을 통한 수출주도 성장정책, 교육정책도 거기에 복무한 지난 몇십년간 일본 그리고 한국의 박정희식 압축성장이 추구해온 길인데 1970년대 이후 ‘IT산업’ 발전을 토대로 금융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면서 노동력마저 전세계에서 수입하거나 아웃수싱할 수 있는 상황에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비용마저 회피(임금 삭감)하면서 사람과 사람 관계가 형해화하고 부는 소수에 집중되면서 다수가 빈곤해지는 양극화가 진행됐다. 이젠 내수 중심, 동아시아 역내교역 중심의 자립 경제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지탱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그리고 ‘고복지 고부담’, 즉 복지수준을 높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 담세율을 더 높이는 핀란드 등 북유럽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려면 북한이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한국은 함께 끌어안아야 한다. 인구 4500만의 한국만으론 중국 일본에 비해 너무 작다. 10~20년 뒤 남북이 합쳐져 인구 7000만 정도의 나라가 된다면 독일 정도의 경제력과 위상을 갖게 되지 않을까?”

북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그는 독일 통일의 길을 닦은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거론하면서 주변국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안보시스템을 만들어낸 다음, 자유와 경제적 이익을 대가로 북한을 내부에서 변화시켜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미국 일본 중국 모두 한국통일로 동아시아 세력균형이 깨지는 걸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이런 얘기가 있다. ‘나는 독일을 좋아한다. 두 개의 독일은 더 좋다.’ 일본 중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한국이 좋다, 하지만 두 개의 한국이 더 좋다.’”

북한을 끌어들이는 유일한 방법은 “상호주의”란다. “북한이 최근 로켓을 쏜 이유는 오바마 정권에게 ‘우리를 잊지 마라, 우린 여기 있다,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면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위험하지 않느냐. 그러니 빨리 협상하자”는 신호라는 것이다. 지금 북 최대 고민은 에너지 부족이다. 전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가 약속했던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고 대신 핵 사찰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기브앤테이크로 가야 한다. 천황의 말한마디면 국민 총동원체제로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일본처럼 김정일체제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그런 북을 바꾸려면 자유의 공기를 주입하고 시장경제체제가 가져다 줄 이익을 향유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바뀐다. 결국 기브앤 테이크밖에 없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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