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판사 “법원장 눈치 안보고 소신판결 도움”
경위·속기사도 평가자 포함
현직 판사가 법관 근무성적 평가에 다면평가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남부지원 이정렬(36) 판사는 19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관 근무성적 평정에 관하여-다면 평가제 도입을 희망하며’라는 글을 올려 현재 법원장이 소속 판사들을 전부 평가하는 ‘1인 평가자’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대안으로 다면평가 방식을 제안했다.
이 판사는 “(현재) 법원장이 소속 법관들에 대한 근무성적을 평정하고 있다”며 “(이 제도는) 평정하는 순간에 평가자의 주관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법관들이 법원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관들 중에는 평가자의 사적인 정보 수집통로(검사 또는 변호사)로부터 얻게 되는 정보도 평정에 반영되는지 의구심을 갖거나, 통계를 의식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조정 회부하거나 화해·조정을 무리하게 강요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평가자가 1인으로 고정되면 재판의 독립성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현재 근무성적 평정제도의 불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해 “평가자의 범위를 넓혀 다면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평가 대상) 법관이 행한 재판의 상소심을 담당하는 법관, 법관과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 동료 법관 및 법관과 함께 재판을 진행하는 참여사무관, 주임, 법정경위, 속기사, 사무원까지 평가자의 외연을 확대하자”며 “평가자가 다수이기 때문에 평가자를 의식할 필요도 없게 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소신껏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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