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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살색→연주황→살구색, 9~11살 소녀 6명이 바꿨다

등록 2005-05-20 06:52


↑ 살구색 이름을 만든 김민하(오른쪽부터)양과 동생 예진, 예은, 민선, 민영, 효민양이 살구색에 동그라미를 그린 팻말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들은 김거성(반부패국민연대 사무총장) 해성(외국인노동자의 집 대표) 목사 형제와 여동생 영미(양주 외국인노동자의 집 소장)씨의 딸들이다. 사진 외국인노동자의집 제공

“우리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해요.”

경기 성남시 이매중학교 2학년 김민하(14)양 자매와 또래 친척 등 6명은 요즘 자부심과 뿌듯함이 넘쳐난다. 크레파스나 물감의 색깔 표현인 ‘살색’을 차별 없고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꿔 달라는 이들의 ‘당돌한’ 제안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표 격인 민하양은 외국인노동자들의 ‘대부’로 불리는 김해성 목사의 딸. 김 목사가 2001년 8월 “크레파스 색깔 가운데 특정색을 ‘살색’이라고 표현한 것은 인종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면서 ‘색깔 논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권위원회는 이듬해 8월 “한국산업규격(KS)에 특정색을 ‘살색’이라고 한 것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며 기술표준원에 개정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2002년 11월부터 ‘살색’ 대신 ‘연주황’이 사용됐다.

그러나 민하양 등은 이 문제를 놓고 생각을 거듭한 끝에 ‘딸들의 반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8월 “새로 바뀐 색깔인 ‘연주황’은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다. 이는 크레파스나 물감을 자주 쓰는 어린이에 대한 또다른 차별이자 인권침해”라며 알기 쉬운 ‘살구색’으로 바꿔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진정서에 피해자를 ‘대한민국 어린이들’이라고 적었다. 차별행위 당사자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살색을 연주황으로 고친 위원 및 담당자’라고 썼다. 이들은 “어른들도 잘 모르는 ‘주황’을 왜 어린이들이 쓰는 크레파스와 물감의 색 이름으로 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어른들만 아는 색깔은 어린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기술표준원은 최근 ‘살색’을 이들의 요구대로 ‘살구색’으로 바꿨다.

민하양은 “사람들이 요즘 색깔을 얘기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앞으로 ‘어린이 인권위원회’를 만들어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색상으로 세상을 바꾼’ 위대한 주인공들은 민하(사진 맨 오른쪽부터)양을 비롯해, 김예진(9), 김예은(13) 김민선(13) 김민영(12), 김효민(13)양이다. 성남/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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