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호에 붙어있는 한상렬(Sang Yool Han) 전 청장의 명패.
미국 뉴욕주립대에 머물고 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최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모습을 감췄다.
한 전 청장이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머물고 있는 뉴욕주 올버니의 뉴욕주립대 공공행정·정책학과 건물 308호 연구실은 9일(현지시각)에도 불이 꺼진 채 굳게 닫혀있었다. 옆 연구실의 50대 교수는 “한동안 그를 보지 못했다”며 한국 기자가 그를 찾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했다. 3층 휴게실에서 탁구를 치던 한 대학원생은 “지난주에 한번 본 것 같다”며 “최근엔 통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학 본부에서 국제 학생·연구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마거릿 라이크는 “미스터 한은 지난 3월15일 방문연구원으로 등록했고, 같은 과 정아무개 교수를 통해 방문연구원 서류가 접수됐다”며 “그의 근황에 대해선 정 교수에게 알아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행정·정책학과의 연구조교수인 정 교수는 9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같은 한국인이기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지만, 그동안 한국에 있다가 그저께(7일) 진행중인 연구 때문에 이곳에 왔다”며 “얼굴은 본 적도 없다”고 한 전 청장과의 관계를 일절 부인했다.
한 전 청장은 부인과 두 자녀를 서울에 두고 혼자 미국으로 건너와, 작은 아파트를 빌려 연구원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뉴욕주립대 한국인 교수들과 대학원생, 교민들은 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한 전 청장이 올버니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 청장은 교민이나 학생들과 전혀 교류하지 않고 지내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 전 청장의 소재에 대해 뉴욕 근처에 머물며 검찰 소환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와, 지난주 미네소타주로 몸을 피했다는 소문 등이 돌고 있다. 워싱턴 주재 한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청장 관련 사안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에서 한 전 청장 문제를 직접 챙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버니(미 뉴욕주)/글·사진 류재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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