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형철 대법관 징계위 대신 윤리위 넘겼나
김 빼기인가, 판단 착오인가.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간여 문제를 논의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최송화)가 지난 8일 “부적절한 행위”라는 판단을 하고도 ‘경고 또는 주의처분’이라는 낮은 수준의 제재를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권고하면서, 애초 이 사건을 법관징계위원회가 아닌 공직자윤리위에 넘긴 이 대법원장의 의도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공직자윤리위가 법원 안팎의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징계위 회부를 권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위가 ‘신 대법관의 징계위 회부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선언한 것은, 애초 이 대법원장이 사건을 공직자윤리위에 보내며 밝힌 취지와 맞지 않는다. 이 대법원장은 3월16일 진상조사단의 보고를 받고 “진상조사 결과를 법적으로 평가하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사건을 공직자윤리위에 회부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법적 평가”는 법관징계법에 있는 징계 방법 중 정직·감봉·견책을 할 만한 사안인지 검토하라는 것으로 이해됐다.
두 달 남짓 사이에 네 차례 회의를 연 공직자윤리위는 결국 법관징계법이 나열한 징계 수준보다 낮은, 관대한 판단을 내렸다. 징계위 회부 권고를 할지에 대해서는 이 대법원장의 ‘주문’을 따르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이 대법원장이 사건을 징계위로 보내지 않고 공직자윤리위에 회부한 것은 시간을 벌면서 ‘연착륙’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온 양론을 절충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애초부터 징계 사안이라고 판단했으면 굳이 공직자윤리위로 사건을 보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0~21일 전국법관회의에서는 신 대법관의 거취에 대한 의견 표명을 논의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징계가 내려지면 신 대법관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이유 등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을 미리 논의하면 또다른 사법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일선 판사들은 신 대법관이 징계위에 회부되는 것을 어느 정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법원장이 단호한 결심을 하고 정해진 ‘절차’를 다 밟기 위해 공직자윤리위에 사건을 보냈는데, 자신의 자문기구에서 미온적 결론을 내는 바람에 더 큰 고민을 떠안게 됐다는 관측도 일부 나온다. 어쨌든 이 대법원장은 머잖아 입장을 분명히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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