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밀해제 문서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돼 양계장에서 살해된 것으로 전해진 김형욱(당시 54세) 전 중앙정보부장이 최소한 파리에서는 살해되지 않았다는 근거 자료가 미국에서 나왔다.
뉴욕한국일보는 20일 실종 시기도 지금까지 알려진 1979년 10월 7일(이하 파리시간)이 아니라 이보다 이틀 뒤인 10월 9일이라는 사실이 담긴 미국 국무부 비밀해제 문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미 국무부는 1980년 2월 29일 주한 미대사관에 보낸 `주간 동향 보고서 한국판(Weekly Status Report-Korea)'에서 "김(전 중앙정보부장)은 한인 남성 한 명과 10월9일 파리를 떠나 스위스 취리히를 경유해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으로 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행적이 묘연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김 전 부장이 파리 외곽 양계장 분쇄기에 살해됐다는 최근 보도와1979년 10월 20일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보낸 자객에 의해 파리 자동차 폐차장에서 압사당했다는 설 등을 부인하는 것이다. 현재 국정원이 진행 중인 `김형욱 실종 사건' 과거사 진상규명에도 중요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또 "일본 정부가 파리 경찰을 상대로 김 전 부장 실종 사건을 끈질기게 요구해 얻어낸 결과를 워싱턴 주일대사관이 우리(국무부)에게 전해왔다"며 "김 전 부장은 한인 남성 한 명과 함께 10월 9일 파리를 떠나 취리히를 경유해 다란으로 간 것이 확실하다"고 기록했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왜 김 전 부장 실종사건에 관심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프랑스 경찰은 어쩔 수 없이 수사를 종결했다"고 덧붙여 프랑스 경찰이 당시 김 전 부장의 실종 사건을 철저히 조사했음을 암시했다.
한편 이 보고서는 4천여 쪽에 달하는 국무부 한국 관련 비밀해제 문서 중 김 전부장이 거론된 유일한 것으로 1993년 비밀해제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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