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하고 있는 소설가 황석영씨가 12일 오전(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유적지에서 이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마르칸트/연합뉴스
황석영씨쪽 “비난 받더라도 남북관계 풀어야”
진보진영 “MB집권 반대해놓고…광주 폄훼했다”
진보진영 “MB집권 반대해놓고…광주 폄훼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도…큰 틀에서 동참하겠다”라는 황석영씨의 카자흐스탄 발언을 놓고 문화계와 인터넷이 시끄럽다.
‘이 대통령과 황씨의 결합’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진 것일까.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평소 남북문제 해결에 나름의 관심을 기울이던 황씨의 요청으로 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방문 동행이 이뤄졌다고 한다. 황씨와 가까운 언론계 한 인사는 14일 “황씨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세계신문협회 서울대회 유치를 위한 미국 순방길에 동행하면서 가까워진 뒤 최근까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이번 순방은 지난 2월 청와대 한 수석을 통해 교착된 남북관계를 풀어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황씨와 가까운 인사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 대북 자세에도 변화가 예상되는데 한국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어, ‘대북특사’라기보다는 악화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자신이 나설 의향이 있다는 뜻을 (청와대에) 밝혔다”며 “황씨는 정권에 대한 발목잡기식 반대만 해선 일이 안 된다고 생각해 똥물이 튀기더라도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황씨의 진의와는 별개로 그의 발언은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진보논객인 진중권씨는 14일 자신의 누리집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의 집권을 막기위해 비상시국선언까지 했던 분이 (현정부를) 실용적 중도정권이라고 돕겠다고 한다”며 “기억력이 2초짜리 금붕어도 아니고 이 정도 변신이라면 욕할 가치도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부르며 외국의 사례와 비교한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를 잘 아는 한 지인은 “황씨가 이미 문명의 대전환을 얘기하면서 과거 손학규씨 지지를 선언한 바 있는 만큼 이명박 정부 손을 들어준 게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며 “그러나 광주민중항쟁을 그런 식으로 폄훼한 것은 상당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씨는 전두환 정권 시절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을 통해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총칼로 진압한 신군부의 학살극을 고발한 바 있다.
신승근 최재봉 기자 skshin@hani.co.kr
소설가 황석영씨가 14일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2개국 국빈 방문길에 동행한 뒤 귀국 특별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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