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가운데)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 대책마련 전전긍긍
“외부 위협” 결속 다지기도
“외부 위협” 결속 다지기도
대법원이 신영철 대법관의 ‘결단’을 촉구하는 판사들의 움직임이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불똥을 튀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미온적 결론에 반발하는 판사들의 항의성 글이 법원 내부통신망에 뜨고 판사회의 조직 움직임이 일기 시작하자, 대법원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대법원장이 애초 이번주 후반께로 예상되던 신 대법관에 대한 ‘엄중 경고’ 조처를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의 회의 하루 전인 지난 13일에 한 것도 불길을 막아보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법원장 주변에서는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일선 판사들에 대한 ‘설득’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노심초사하는 배경에는 신 대법관의 사퇴가 대법원장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정진경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신 대법관의 사퇴로 일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신 대법관이 강압에 의해 물러나면 정치권력이나 반대세력들이 대법원장 책임론으로 연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부 안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외부의 위협’을 강조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분위기가 형성돼 왔다. 정 부장판사의 글은 이런 시각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 책임론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소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미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벌어진 재판 개입 문제를 보고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신 대법관을 임명제청했다는 점이다. 또 신 대법관이 지난해 판사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대법원장의 생각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 대법원장을 걸고 들어간 것도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엄중 경고’는 사실상 신 대법관 스스로 나가라는 얘기인 셈이지만, 지금 판사들의 지지가 없으면 대법원장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법원행정처의 김용담 처장과 강일원 기획조정실장, 김상준 사법정책실장 등은 14일 밤 늦게 단독판사회의가 열린 서울중앙지법에 들러 회의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