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노회찬 의원, 프리진 수녀, 김수환 추기경, 김형오 의원, 유인태 의원.
“사형제 폐지 정치권이 결단하세요” “사형을 유지하자는 분들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벌한다’는 법안을 만들자는 것에는 반대하실 것입니다. 사형제는 그 법과 다름이 없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20일 오전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주교관을 찾아온 유인태(열린우리당), 김형오 (한나라당), 노회찬(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사형제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세 의원은 국회에서 사형제 폐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다. 김 추기경은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는 이유들을 보면 ‘네가 한 목숨을 빼앗았으니 너도 목숨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라며 “성경에 예수님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사형제 폐지를 추진해온 가톨릭계를 대표한 김 추기경은 “이제 결단은 정치권에 달려 있다”며 “사형폐지 운동에 노력해 온 여러분들이 사형폐지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세 의원은 국회에 제출돼 있는 사형제 폐지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가톨릭계의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유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175명의 공동발의로 제출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해 12월10일 국회에 제출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노회찬 의원은 “사형제도도 유영철 살인사건은 막지 못했다”며 “사형제도는 범죄 예방효과보다는 억울한 죽음만 더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폐지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영화 <데드 맨 워킹>의 원작자인 헬렌 프리진 수녀와, 연쇄살인범 유영철씨에게 살해된 사람의 아버지인 고아무개(63)씨도 참석해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고씨는 “유영철을 사형시킨다고 남아 있는 우리의 가슴이 편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큰 마음으로 용서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고 마음 먹으니 오히려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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