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생명·평화의 길’을 찾는 ‘오체투지 순례단’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 참사’ 현장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한 뒤 분향소를 향해 108배를 올리고 있다. 사진 아래쪽부터 전종훈 신부,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현장] 오체투지 순례단, 용산참사 현장 도착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가 ‘용산 참사’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자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68)씨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오전 일정까지만 해도 맨손으로 ‘씩씩하게’ 오체투지에 참여했던 전씨는 “성직자 분들이 저희를 위해 여기까지 힘들게 와주시니 가슴이 벅차고 하늘에 있는 남편이 생각나더라”며 울먹였다.
52일 전 충남 공주에서 출발해 지난 16일 서울에 들어온 오체투지 순례단은 18일 오후 2시, 초여름 오후 햇살보다 더 뜨거운 용산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용산 현장을 지키던 철거민들은 멀리 순례단이 보이자 도로까지 나와 이들을 맞이했다. 수경 스님, 문·전 신부 등 일행이 도착하자 주위는 엄숙해졌다. 세 사람은 분향소에 들어가 영정을 향해 삼배를 하고 유족들과 맞절을 했다. 그리고 유족 전씨와 고 한대성씨의 부인 신숙자(51)씨의 손을 잡으며 위로를 했다. 옆에 서 있던 문정현 신부는 세 사람을 꼭 껴안았다. 문정현 신부는 지난 3월 말부터 참사 현장에서 추모미사를 올려왔다. 전종훈 신부는 감정이 북받쳤는지 문 신부에게 안겨 눈물을 쏟았다.
이윽고 순례단은 분향소 앞에서 108배를 했다. 순례단과 용산 현장을 지키던 철거민 150여명은 도로에서, 길가에서 분향소를 향해 함께 절을 올렸다. 처음에는 십수 명이 따라 하더니 곧이어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절을 했다. 현장에는 늘 틀어놓던 민중가요 대신 징소리가 나지막이 울려퍼졌다.
이날 하루 순례에 참가한 임혜진(35·서울 서초동)씨는 “그동안 용산 참사 사건을 언론을 통해 제3자 입장에서 봤는데 오늘 현장엔 처음 와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순례단엔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도 승복을 입고 오체투지에 참가했다.
순례단은 30분간 현장에 머문 뒤 108배가 끝나자 머뭇거림 없이 다시 길을 나섰다. 현장에 남은 이들은 떠나는 순례단이 사라질 때까지 반절을 하며 배웅했다.
명호(40) 순례단 팀장은 현장을 떠나면서 “살고 싶다는 절박한 외침마저 외면하는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며 “생명과 평화의 작은 불씨가 이곳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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