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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계천 철거민 193일째 농성

등록 2005-05-20 18:53



재개발 비리의혹 그렇게 외쳤건만…

“10평 남짓한 가게였지만 6개월 전만 해도 당당한 사장님이었는데, 이젠 길거리 노숙인 신세와 다름없지.”

20일 서울시청 앞 광장. 따가운 5월 햇볕을 받으며 서울 중구 삼각·수하동 철거민들의 농성은 계속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음식점, 인쇄소, 자동차수리점 등을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꾸려가던 평범한 이들이 193일째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생존권 보장’ ‘개발비리 처벌’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화무시 철거업체

서울시가 뒤봐주나”

의혹제기 사실로

업자 배불리는 개발

그 그늘에 우리있어요

청계천 복원과 함께 을지로가 재개발된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 3년 전. 이때만 해도 이들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청계천 삼각·수하동 철거민 위원회’ 오종무 부위원장(57)은 “1977년 재개발 지역으로 묶인 뒤 30년 가까이 성장이 멈췄던 지역이 재개발된다니 다들 좋아했다”며 “상권이 더 크게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세입자들도 입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2년 9월부터 미래로 아르이디(RED)가 지주들로부터 땅과 건물을 사들이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미래로는 1억~3억원의 권리금을 내며 세들어 살던 이들과 단 한 차례의 대화도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지주들에게 세입자들을 내보내면 토지 매입비 가운데 잔금 500만원씩을 되돌려준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사를 안가고 버티던 세입자들은 2004년 3~11월 명도소송을 당했고 모두 패소했다. 다음엔 주먹이었다. 지난해 11월7일 새벽, 철거 용역반이 삼각·수하동에 들이닥쳤다.

“날도 밝지 않은 새벽에 용역반이 명도집행을 한다며 들이닥쳤어. 사무실 집기는 물론 판매·외상장부까지 싹 쓸어 가버렸지. 울면서 매달리자 발길질을 하며 가게 밖으로 끌어냈어.” 퇴직금을 털어 자동차수리센터를 했었다는 전재훈(64)씨는 그 날을 생각하며 몸을 떨었다. 여든 넘은 할머니부터 50대 아저씨까지 10여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이 때부터 중구청과 시청 앞에서 노숙시위를 시작했다. 시와 개발업자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밤낮 시위를 벌였지만 시청 앞을 지나가던 시민들에게는 그저 ‘소음’일 뿐이었다. 구와 시는 몇 차례나 경찰을 불러 이들을 아냈다. 그러던 가운데 양윤재 부시장이 구속됐다. “터질 일이 드디어 터졌구나. ” 철거민들은 입을 모았다. “미래로가 협상도 대화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철거를 하는 것은 서울시에 줄을 대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렇게 작고 자본 여력이 없는 회사가 사업을 빨리 진행시키려니 부당한 방법을 안 쓸 수 있겠느냐.”

철거민 윤행숙(36)씨는 “우리가 원한 것은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청계천 복원과 재개발이지 개발업자들 배만 불려주는 개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 유선희 사진 유신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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