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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난치환자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 치료 실용화는 아직

등록 2005-05-20 19:31수정 2005-05-20 19:31



치료 실용화까지 갈길 아직 멀다

난치병 환자들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낸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가 실제 환자 치료에 이용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황 교수 스스로도 환자 치료에 이용되기까지 거쳐야 할 6~7단계 가운데 4단계를 넘었다고 말하고 있다. 황 교수와 함께 연구를 했던 의료진도 이번 성과는 순수한 학문적 목적의 연구 성과로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용화 단계로 가려면 아직 초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황 교수팀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보다 한 단계 앞서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선 성체 줄기세포 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현재의 연구 성과보다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훨씬 힘들고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면역거부 극복 의미…분화·안정성 ‘걸음마’
성체줄기세포 연구진 “앞으로가 더 힘들어”

이번 황 교수팀의 연구는 환자들의 체세포를 정상 난자에 이식해 환자에게 쓴다 해도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즉 배아 줄기세포가 이식돼도 환자의 면역기능이 최소한 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그 배아 줄기세포가 치료 효과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복제된 배아 줄기세포가 치료 효과를 가지려면,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해야 하며, 분화된 뒤에는 원래 세포처럼 정상 기능을 해야 한다. 또 암 등으로 변하지 않고 정상 세포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 안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현재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 수준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성과가 없다.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의료진인 노성일 미즈메디병원장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 배아 줄기세포를 환자 몸에 이식한다면 이것이 정상세포로 분화할지, 암 등으로 변할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의학적인 견지에서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까지 10단계를 거쳐야 한다면 이제 1~2단계에 왔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 원장은 이어 “이번 연구 성과는 아직 실험실 수준의 연구이므로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동물실험 등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며 “다만 배아 줄기세포 치료 가능성은 충분히 열어 놓았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아 줄기세포와는 달리 성체 줄기세포는 현재 이미 심장질환, 당뇨, 간 질환 등 여러 질환에서 임상치료가 진행 중이다. 이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벌이고 있는 오일환 가톨릭의대 세포유전자연구소장은 “배아 줄기세포가 임상에서 이용되려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복제양 돌리가 여러 유전적 결함이 있었듯이 복제된 배아 줄기세포도 유전적 안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성체 줄기세포의 경우 이미 간, 혈액 등으로 분화할 전공 분야가 있는 반면 배아 줄기세포는 아직 어느 종류로 분화할지 확립된 연구가 없다”며 “환자 치료에 이용되려면 이런 문제들이 우선 극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도 충분한 의학적 근거를 얻으려면 5~10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 만능세포인 배아 줄기세포가 신경·근육·심장 등을 이루는 여러 세포로 분화된 모습.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해도 몸속에서 이런 특정 세포로 분화되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돼야 세포치료 길을 열 수 있다. 연합



불임시술 등에 쓰다 남은 냉동배아에서 배아 줄기세포를 추출해 동물실험 단계를 진행 중인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장은 “황 교수의 연구가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하는 데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라며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서 보자면 분화 및 안정성 측면에서 이제 걸음마 단계이므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냉동배아 연구는 현재 동물실험 단계에서 뇌의 파킨슨병, 척수 수막류 등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난치성 환자들 “큰 희망…차분히 기다리자”

척수장애협, 재활충실 권고
“치료비 국가 대책 있어야”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한 배아 줄기세포를 탄생시킨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성과에 대해 척수장애인 등 난치성 질환자들은 큰 희망을 보이면서도 대체로 차분히 기다리자는 반응이다. 당뇨나 심장질환 관련 분야 전문의들도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척수신경이 마비된 환자들의 모임인 한국척수장애협회 김필렬 사무총장은 “척수장애인들이 다시 걸을 수 있는 길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큰 희망을 주고 있지만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는 차분히 기다리자는 의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일부 척수장애인이 기대에 들떠 재활훈련 등을 멈추는 사례도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는 실용화 단계까지 가야 할 길이 많으므로 현재 재활 등에 충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지난 1992년 사고를 당해 척수신경이 마비돼 지금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협회는 줄기세포 치료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만큼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치료비에 대한 국가의 대책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탯줄 줄기세포를 이식받아 일부 척수신경의 기능 회복을 보였던 황미순씨도 “황 교수의 연구 성과에 큰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실용화까지 가려면 많이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황씨는 최근 두 번째 이식수술을 받았으며, 이전에 마비됐던 엉덩이 근육에 감각이 느껴지는 경과를 보이고 있다.

임상의사들도 황 교수의 연구 성과는 괄목할 만한 결과지만 심장병이나 당뇨 환자들에게 적용되기에는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임도현 고려의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배아 줄기세포가 심장 질환에 도움이 되는 세포로 분화할지는 아직 모른다”며 “간혹 이에 대해 물어오는 환자들에게 현재 치료 방법으로 최선의 치료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치매, 뇌신경 마비 등 뇌질환을 앓고 있거나, 당뇨 환자들을 비롯해 이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양중 기자


세계언론 “획기적 성과” 입모아

NYT·아사히 등 큰관심
생명윤리 논란 우려도

세계 언론과 학계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획기적인 성과’라며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생명윤리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19일 황 교수의 연구에 동참한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연구에 임하는 황 교수팀의 열정을 전하면서 학계가 이번 연구 결과를 큰 성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황 교수팀이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을 때 회의적이었던 학자들조차 이번 연구 결과에 열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기술로 복제아기를 더 쉽게 만들 수 있고, 난자가 난자를 제공한 여성의 이익과 관련 없는 연구에 쓰이는 점 등은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영국 <비비시 방송>은 세계 최초의 복제동물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의 말을 따 “치료와 연구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진전을 이룩한 것”이라고 연구 성과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비판자들은 여전히 이 기술의 ‘비윤리성’을 문제삼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피통신> 등은 미국 의회가 줄기세포 허용 여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연구 성과가 논란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일본 언론들은 20일 황 교수팀의 실험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식을 해도 거부반응이 없는 ‘궁극적인 재생치료’를 향한 큰 진척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이렇게 전하면서 한국이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와 함께 복제인간 제조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생명윤리의 문제가 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일제히 지적했다. 일본에서 줄기세포를 처음 추출한 나카쓰지 노리오 교토대 재생의과학연구소장은 “난자 제공자 1~2명만 있으면 환자의 배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효율을 달성한 것으로 충분히 실용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실제로 상정한 치료에 가까운 조건에서 성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외신종합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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