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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틀박힌 보고땐 역정…나중에 정중히 사과”

등록 2009-05-28 08:03수정 2009-05-28 15:26

참모들이 기억하는 노무현
딱 한번 허문 인사 철칙…그 이유는 ‘인간적 아픔’
인사청탁 비판보도 나자 절차 확인뒤 무한한 신뢰
기자실통폐합 만류에 ‘원칙 지키자’ 강한 질책
분향소에서 눈물을 훔치는 국민들 마음에 새겨진 ‘노무현의 의미’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참여정부 5년 동안 노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던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성역과 금기에 도전한 인물”로 규정하면서도 각자의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른 ‘대통령 노무현’을 추억했다.

[%%TAGSTORY1%%]

박남춘 전 인사수석은 인사추천위원회의 결정을 엄격하게 수용한 대통령으로 기억한다. “2006년 5월부터 다음해 12월까지 인사수석을 하면서 수많은 인사안을 올렸지만, 대통령은 딱 한 번 2순위자를 선택했을 뿐 항상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했다.” 박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이 한 정부 산하기관 감사 임명안에서 2순위자를 낙점하던 때를 회상하며 “그 이유도 너무 인간적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대통령이 ‘이 사람이요, 선거 때 부인이 투신자살한 아픔이 있는 사람이에요. 박 수석, 이번 딱 한 번만 날 봐서 2순위자를 해주면 안 되겠소’라고 부탁했다”며 “내가 인사수석을 할 동안 인사추천위 결정에서 1순위를 배제한 유일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백만 전 홍보수석은 “어린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부모와 같이 나를 배려한 따뜻한 대통령”으로 기억했다. “어느 날 내가 학교 후배를 문화부에 인사청탁했다는 게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대통령이 나를 불러 ‘이 수석이 청탁했소’라고 물었다. 그러곤 민정수석실에 강도 높은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이 전 수석이 청와대 인사추천위와 협의를 거쳐 문화부와 논의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게 확인되자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고 한다. “조사 뒤 대통령은 ‘언론에 흔들리지 말아요. 청와대와 정부가 그 정도 인사 협의도 못해 어떻게 일을 합니까’라며 믿어줬다.” 이 전 수석은 “‘지금 집 사면 낭패’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는 대통령이 새벽 5시에 직접 A4용지 두 장짜리 편지를 써 ‘당신 메시지가 잘못 전달됐다. 국민감정에 어긋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엄히 질책하면서도 ‘내가 시킨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정치 경험이 없는 홍보수석을 노심초사한 아버지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TAGSTORY2%%]

박재호 전 정무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을 “계산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옳다고 생각한 원칙을 훼손하면 격정적으로 반격하는 원칙주의자”로 기억했다. “퇴임을 앞둔 마지막 해 단행된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비판여론이 드셀 때, 대통령에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만 싸우시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지만, 나는 그대로 내 원칙을 지킨다’며 나를 심하게 질책했다.” 박 전 비서관은 “지금 보면 꾀바른 정치인이 아닌 분에게 너무 어리석은 말을 했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천호선 전 홍보수석은 “장관과 참모들에게 항상 창조적 사고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틀에 박힌 보고나 대책을 내놓으면 역정을 냈고, 그렇게 혼이 난 장관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나중에 국무위원들이 지켜보는 데서 ‘미안하다’고 정중히 사과하는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전해철 전 민정수석은 “보고자의 직책보다는 내용을 더 중시해, 배석한 행정관도 내용만 좋다면 공식회의에서 발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또 참모들의 안사람에게 항상 따듯한 말을 건넬 줄 아는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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