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으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려고 28일 김해시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근조 바보 노무현, 당신의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힌 모자를 들고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해/사진공동취재단
[노 전 대통령 떠나는 날]
김해 한나라 지지단체들 자원봉사
‘적대적’이었던 대구서도 추모 동참
김해 한나라 지지단체들 자원봉사
‘적대적’이었던 대구서도 추모 동참
28일 낮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로 가는 도로 가장자리에 설치된 한 천막. 40~50대 여성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조문객들에게 생수병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이들은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협의회 등 대표적 ‘관변·보수단체’ 회원들이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 주변에서 아침 7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음식과 물을 나눠주고 청소와 안내 등을 맡아 일하고 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진영읍의 28개 주민단체 모두가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영남권에서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던 관변·보수단체들까지 소매를 걷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진영읍 주민들은 한결같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이 지역 주민들을 깨우치고 뭉치게 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진영읍을 넘어 김해시 주민들의 마음까지 움직이고 있다. 26일 분향소를 찾았다는 김아무개(68·여·김해시 주촌면)씨는 “지금까지 각종 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정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 보수정당을 찍었고, 2002년에도 노 전 대통령을 찍지 않았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한나라당 지역 당원들도 감지하고 있다. 한나라당 간부인 박아무개(44)씨는 “김해에서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이 위치한 서쪽 진영읍은 영향권 안에 있었고 동쪽은 미치지 못했으나, 이번 서거로 변화가 예상된다”며, “더욱이 해마다 돌아오는 서거 기념일이 선거 시기와 비슷해 김해 시민들의 성향이 좀더 진보적인 쪽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컸던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와 함께 정치의식이 바뀌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대구시 공식 분향소인 두류 유도관에는 28일 오후 1시까지 2만2900여명의 시민이 찾았다. 경북도청과 11개 시·군의 공식 분향소에도 2만6000여명의 도민들이 다녀갔다. 그동안 노 전 대통령과 지지세력에게 ‘적대적’이기까지 했던 지역 분위기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라는 게 정치분석가들의 말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아무개(44·대구시 북구)씨는 “그전에는 경상도 출신임에도 막연히 싫어했는데 이번에 보니 잘못 생각한 것 같다”며, “누구보다 국민과 가까이하려는 대통령이었는데, 몹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해 대구/김광수 박영률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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