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삼성 편법승계 ‘면죄부’]
고발장 접수 3년반만에 기소
대법, 선고일 영결식 맞춰 변경
고발장 접수 3년반만에 기소
대법, 선고일 영결식 맞춰 변경
2000년 6월 법학 교수 43명이 이건희 전 회장 등 33명을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로 고발한 뒤, 29일 대법원 선고까지 꼬박 9년이 걸렸다. 삼성에버랜드 경영권 불법 승계로부터는 13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만큼 국내 최대 재벌을 조사해 법정에 세우는 일은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힘겨웠다.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하고 3년6개월이 지난 2003년 12월에야 허태학, 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을 기소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그것도 “헐값 발행을 공모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다”는 말만 듣고 이 전 회장은 조사하지 않았다. 2007년 5월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다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이 전 회장을) 기소할 수밖에 없다”며 결정을 미뤘다.
그해 10월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의혹 제기로 ‘삼성 특검’이 꾸려져 이 전 회장을 기소했다. 이를 계기로 에버랜드 사건은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의혹과 함께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은 유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기존 판례까지 부정해가며 이 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에버랜드 사건은 대법원에서도 ‘특별대우’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에버랜드 사건을 맡았던 대법원 2부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부치기로 결론을 냈지만, 대법원은 회부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소부를 개편한 뒤 재논의하기로 방침을 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법원은 제일모직 소액주주들이 이 전 회장 등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실권한 제일모직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심리하는 지방법원의 재판기록 문서송부 요구를 1년이 넘도록 거부하기도 했다. 2007년 5월29일 항소심이 선고된 지 정확히 2년이 지난 뒤 에버랜드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은 통상 목요일로 잡는 선고 날짜를 바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는 금요일 오후로 바꾸는 등, 이 사건은 고발에서 최종 판결까지 우여곡절로 점철됐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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