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삼성 편법승계 ‘면죄부’]
헐값 발행 ‘유죄 취지’…손해 50억 넘으면 실형 가능
헐값 발행 ‘유죄 취지’…손해 50억 넘으면 실형 가능
대법원이 29일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혐의에 대해 “적정 가격과 손해액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며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이 부분에 대해 다시 서울고법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이 전 회장으로서는 삼성에버랜드와 함께 에스디에스 사건도 항소심 판결처럼 무죄가 확정되기를 바랐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이 전 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에스디에스 전환사채 헐값 발행이 회사에 끼친 손실이 50억원이 넘는다는 산정 결과가 나오면 유죄를 선고받는다. 50억원을 밑돈다는 판단이라면 면소 판결을 받게 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죄는 액수가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50억원이면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임 액수가 50억원을 웃돌면 공소시효는 10년이고, 그 아래이면 7년이다. 애초 이 사건 1심 재판부가 에스디에스 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단하고도 면소 판결한 것은 1999년 이뤄진 범행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봤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이 전 회장은 실형을 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50억원 이상의 배임행위에 1100억원의 탈세를 합쳐 형량을 다시 정해야 하는데, 둘 다 형량이 무겁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은 연간 10억원 이상의 조세포탈도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형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에스디에스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주주 배정이든 제3자 배정이든 회사에 손해가 없으므로 죄가 안 된다”는 논리로 적정가를 따지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정한 행사가격이 얼마인지 심리하지 않은 채 무죄를 판결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3자에게 헐값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면 죄가 된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은 적정한 주식가치와 손해액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 실제 주식 거래 사례는 물론이고, 회계법인들의 감정 결과도 증거자료로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가기관 등의 실제 감정을 통해 검증한다면 1심에서 산정한 1주당 9192원보다 높게 나올 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더구나 이재용씨 남매가 이미 소유하고 있던 에스디에스 주식도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으로 주가가 희석됐다는 희한한 논리를 펴며 손실액을 깎아줬다. 1심 재판부는 발행가(주당 7150원)와의 차액을 계산해 손실액을 30억원에서 44억원 사이라고 산정했다.
특검과 서울지방국세청, 서울행정법원은 모두 1999년 2월 당시 에스디에스 주식의 적정가가 5만5천원이라고 인정했다. 파기환송심이 이를 받아들이면, 이 전 회장은 1539억원의 배임 행위를 저지른 것이 돼 또다른 위기를 맞게 된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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