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기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들 가슴속에 잊지 못할 큰 비석을 세우겠습니다.”
29일 서울광장 노제에서 눈길을 끈 사람은 추모공연의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제동(35·사진)씨였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내놓은 말들은 광장 일대를 메운 시민 50여만명의 마음을 흔들었다.
애초 김씨에게는 주최 쪽이 건네준 원고가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도저히 이 원고대로는 못하겠다. 그냥 가슴에서 느끼는 대로,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고 추모공연의 문을 열었다.
광장에 윤도현밴드의 ‘너를 보내고’가 울려 퍼지자, 김씨는 “이제 저희들은 먼 산 언저리마다 그분을 놓아드렸습니다. 흐린 날도, 맑은 날도,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그분이 계시는 곳을 향해 창문조차 닫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추모공연 막바지에 김씨는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언에 하나하나 대답하기 시작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저희가 슬퍼해야겠습니다. 미안해하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들이야말로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는 또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우리 가슴속에 그분의 한 조각, 퍼즐처럼 맞춰서 심장이 뛸 때마다 그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2006년 5월5일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를 진행해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그는 지난 24일 자신의 팬카페에 “참 소중한 분을 잃고 참 많이 울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장 장의위원회는 유족의 뜻에 따라 그에게 추모공연을 진행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