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장 안 와 지참 못 해…행안부선 `모르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었던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로 경복궁 앞에서 박두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3명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노 전 대통령 장의위원회의 장의위원임에도 불구하고 경복궁 영결식장 가는 길을 경찰이 막아선 것이다.
경찰은 당시 “모든 시민이 들어갈 순 없으니 ‘공식 초청장’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 대표를 비롯해 함께 있던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나병식 2020희망의역사공동체 상임대표 모두 초청장이 없었다. 정부 쪽 장의위원회의 초청장이 영결식 당일까지 도착하지 않은 까닭이다.
박 대표는 “지난달 26일 저녁 장의위원 제안을 전화로 받아 수락했음에도 당일날까지 초청장이 오지 않았고, 유족 쪽 장의위원회에 물으니 경복궁 동문에 가면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경찰이 막고 있는 자리에서 바로 행안부 장의위원회 쪽에 전화를 걸어 “초청장이 오지 않아 장의위원이 못 들어가고 있는데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행안부 쪽에선 ‘초청장 발송은 했는데 도착하지 않은 건 잘 모르겠으며, 담당자가 현장에 나가 있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장의위원임을 행안부가 경찰 쪽에 밝혀주면 주민등록증 등을 가지고 있었으니 확인하고 들어가면 될 일 아니냐”고도 해봤지만 행안부는 그 마저도 거부했다. 이들은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새벽 영결식 참석을 위해 전남 광양에서 올라온 박 대표는 “그 자리에 안 간다고 큰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두고) 이런 행정처사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 대표는 “시간 상 초청장을 보낼 시간은 충분했다”며 “뒤에 영상으로 영결식을 보니 자리가 많이 비었던데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현 정부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낼 우려가 있는 유족 쪽 인사들에겐 초청장을 아예 안 보낸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1일 오후 현재까지 이들 3명 가운데 아무에게도 초청장은 도착하지 않았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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