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직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변호인·피의자가 본 중수부
“겪어본 사람들은 노 전대통령 심정 알것”
“겪어본 사람들은 노 전대통령 심정 알것”
“처음부터 구속과 기소라는 두 가지 목표를 정해놓고 시작하는 달리기더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기소한 사건의 변론을 맡았다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ㄱ변호사는 문제점을 이렇게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검사로서는) 목표를 정해놓고 시작하니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니, 공정한 입장에서 상대방의 무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검사의 ‘본분’을 잊기도 쉽다”고 말했다.
최근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직접 겪어본 이들은 이처럼 “이미 짜여진 틀”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비리나 비위 혐의, 첩보나 제보에서 수사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단 목표를 정해놓고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가 더 많아 그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 기소 사건을 맡았던 ㄴ변호사는 “간단한 사실로 이미 틀을 짜놓고 거기에 사실을 끼워맞추다 보니 검찰의 편의대로 사실이 ‘선별’된다”며 “그 틀에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ㄴ변호사가 맡은 사건도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사의 ‘예단’은 무리한 수사로 나타난다. ㄴ변호사는 “수사를 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 ‘위압감’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ㄱ변호사는 “애초에 잡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아예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하거나 주변 모든 사람을 조사 대상으로 삼아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중수부의 수사를 받다 지난해 말 기소된 김아무개 전 의원은 “수사를 받는 동안 인간의 한계를 겪었다”고 한다. ‘다행히’ 김 전 의원은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지난달에 열린 항소심에서도 이 판결은 뒤집히지 않았다.
그는 “무죄인 걸 스스로 확신하면서도 조사를 받기만 하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바람에 한동안 동네 슈퍼마켓에도 가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짓누르는 압박감에 그도 한때 자살을 결심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중수부의 수사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심정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김동국 변호사는 “기소한 검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기록을 남기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는 등 막강한 권한만큼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로비 의혹’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변론을 맡았고, 변 전 국장은 최근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변호사는 “검사는 죄 있는 사람을 처벌할 권한이 있지만, 죄 없는 사람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할 권한도 있다”며 “중수부가 이 권한을 한쪽으로만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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