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쌍용차 해법 없나
노조 “왜 경영실패 책임 전가하나” 정부 책임론 맞서
회사쪽, 임금채권 담보 노조쪽 자구안에 “현실성 없다”
노조 “왜 경영실패 책임 전가하나” 정부 책임론 맞서
회사쪽, 임금채권 담보 노조쪽 자구안에 “현실성 없다”
쌍용차 경영진이 서울 강남 르네상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쌍용차 노조의 제안을 끝내 거부하고 공권력 투입 의사를 밝힌 3일 오전 같은 시간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민주노동당 등 22개 정당 및 시민단체가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극한 충돌이 발생하기 전에 쌍용차 노사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해 보고 상생의 해결방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 노조 자구안 현실성 없나 쌍용차 노조는 지금까지 두차례 자구안을 회사 쪽에 제시했다. 자구안의 큰 축은 노조가 담보를 제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일자리 나누기 방식으로 근무시간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 1일 미지급 인건비를 담보로 한 ‘대출 투자’ 1870억원, 근무형태 변경 759억원, 무급휴직 204억원 등 모두 2833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액 1895억원보다 1천억원을 더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이 방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하며 전혀 양보할 뜻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우선 금융권이 임금채권을 담보로 1870억원을 대출해 주겠느냐는 것이다. 또 이는 어차피 나중에 갚아야 할 돈으로 근본적인 수익구조 개선에는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나누기 방식에 대해서는 실제로 시행할 경우 40%에 이르는 임금 삭감 상태를 올해에도 유지하기가 힘들며 구조혁신을 요구하는 채권단과 법원의 요구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박영태 관리인은 이날 “희망퇴직을 최대한 받아주는 것 외에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 회사가 양보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 “경영실패 책임 생산직에 전가” 노조원들은 무엇보다 “왜 경영상 책임을 모두 노조가 뒤집어 쓰고 대량 정리해고를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말한다.
노조가 주장하는 경영 실패 책임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기술 유출이다.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가 신차 개발비용의 10%에 불과한 라이센스 계약금 240억원만 지급하고 카이런 생산라인을 중국에 세운 게 대표적인 예다. 둘째는 상하이차가 매년 3천억원 수준의 투자 약속을 어긴 점이다. 셋째, 2005년 상하이차에 인수될 때 유동자산 7424억원, 이익잉여금 6010억원 등 1조4388억원의 여유자금을 보유했던 기업이 어떻게 4년 만에 부도가 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됐는가 하는 점이다.
쌍용차 사쪽은 경영실패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그것을 누가 책임질 수 있겠냐”고 말했다. 상하이차는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고 앞으로 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겪고 나면 지분 또한 무의미한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쪽은 “앞으로 실사를 통해 당시 경영진의 배임 등의 혐의가 드러난다면 법적인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며 “기술 유출 부분도 검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으므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 출신인 이유일 관리인은 “수년간의 쌍용차 경영상황을 검토해 본 결과 답답한 일이 참으로 많았더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은 채권단과 빚을 진 쌍용차라는 채무자만이 남은 상태로 노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영을 엉망으로 만든 상하이차와 그 인수합병을 승인했던 정부는 쏙 빠진 채 쌍용차 노사만이 극단 대결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날 발족한 대책위 공동대표인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정부는 쌍용차 사태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정부가 방관만 하는 이 상황은 불이 났는데도 소방차가 안 오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홍용덕,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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