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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태광실업 세무조사 규정·절차 위반의혹

등록 2009-06-04 20:02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된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국세청 스스로 마련한 절차와 규정에도 어긋난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려면 구체적인 세무조사 진행과정의 실상이 샅샅이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정기준 불투명|탈세제보·탈루혐의 등 구체적 근거없어 ‘의아’
선정절차도 외면|심의위 심사없이 한상률 하명으로 전격 실시
교차조사 과정은|‘윗선’ 영향력? 서울청 배정과정 의문투성이

■ 대상 선정 기준과 이유 불투명 태광실업이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기준과 선정 절차부터 논란거리다. 국세청의 ‘조사사무 처리규정’(이하 규정)의 제9조3항을 보면, 국세청이 5년마다 하는 정기조사 외에 세무조사에 나서려면 ‘납세자에 대한 구체적인 탈세제보가 있는 경우, 신고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등’ 몇 가지의 구체적인 근거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지난해 7월 태광실업과 그 계열사에 전격 세무조사를 나설 때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조사한 배경과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 서거 뒤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세청은 “특정기업의 세무조사와 관련된 내용은 국세기본법상 밝힐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선정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 국세청은 지난해 5월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민간위원 등이 참여하는 ‘조사대상 선정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조사대상 선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두 달여 뒤 이런 약속을 뒤집었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심의위원회 심사 없이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의 하명으로 전격 이뤄졌다.

게다가 국세청은 내부 규정 22조에 따른 사전통보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규정을 보면 조사 개시 10일 전에 납세자에게 사전통보해야 한다. 규정에는 ‘단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경우 사전통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국세청 지난 2003년 이런 ‘특별세무조사’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관할권 조정’ 해명도 설득력 없어 경남 김해에 있는 태광실업을 상대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조사한 데 대해, 국세청은 ‘관할권 조정’(교차조사)이라고 설명한다. 국세청은 향토기업과 세무관서 사이 유착고리를 고려해 필요한 경우 교차조사를 한다. 규정 제1장 6조를 보면 ‘세무관서별 업무량과 조사인력 등을 고려하여 지방국세청장은 세무서장간, 국세청장은 지방국세청장간 조사관할을 조정할 수 있다’(2항)고 돼있다. 이어 3항에서 ‘(관할 세부처장이나 서장이)조정을 요청할 경우 문서로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앞두고 김해세무서-부산청-서울청 사이에 공문 발송 등 적법 절차에 따라 교차조사 신청이 제때 이뤄졌는지 여부가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산청이 교차조사를 신청해 적법하게 진행된 것으로, 더 이상의 세부 내용은 자세하게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부산청의 공식 신청이 있었다 하더라도, 신청 근거가 무엇인지, ‘자발적’ 판단에 의한 것인지, ‘윗선’의 영향력 아래 형식적 절차만을 밟은 것인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부산청이 교차조사를 신청한 건수는 단 2건으로, 태광실업과 계열사인 정산개발이다.

서울청 가운데서도 유독 ‘하명수사’를 담당하는 조사4국에 업무를 배정하기로 결정한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국세청의 공식 입장은 당시 서울청 조사국 내 다른 과의 업무 부담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국세청은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기조에 적극 발맞춰 세무조사를 대폭 줄이겠다고 거듭 공언해왔다. 실제로 2006년 2만3천건이나 되던 세무조사 건수는 지난해 1만6천건 내외로 줄어들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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