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과 전국법원장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종근기자 root2@hani.co.kr
전국법원장회의서 사퇴 우회 촉구
“법관들 의견 뭔지 충분히 드러났다”
“법관들 의견 뭔지 충분히 드러났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5일 ‘촛불재판’ 개입 파문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대법관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신 대법관 파문이 불거진 뒤 이 대법원장이 내놓은 가장 강한 어조의 발언으로, 사실상의 사퇴 요구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촛불재판 개입 파문과 재발 방지책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개회사에서 “신 대법관에게 내려진 ‘엄중 경고’ 조처는 한 나라의 법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를 최종적으로 선언하는 대법관에게는 더없이 무거운 것이며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또 “명예와 도덕성을 생명으로 여기면서 평생 재판 업무에 종사해 온 사람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마지막 단계로 볼 수 있는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나온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일선 판사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사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으나 물러날 것을 종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법원장은 “우리 법관들은 재판상 독립을 스스로 확보하겠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스스로 절제된 결론을 도출하는 성숙함도 보여줬다”며 “법관들의 의견이 무엇인지는 법원 내외부에 충분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신 대법관에게 ‘엄중 경고’를 한 뒤 일선 판사들의 반발에 직면했던 이 대법원장은 “윤리위는 관대한 의견을 냈지만, 나는 신 대법관의 처신이 재판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엄중 경고 조처했으며, 이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다른 모든 대법관들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원장회의에는 전국 고등법원장과 지방법원장 등 32명이 참석해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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