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요율제 ‘소걸음’ 운송료 30% ‘싹둑’
지입제 전문업체 규제안은 국회서 허송
지입제 전문업체 규제안은 국회서 허송
1년 만이다. 지난해 6월13일 운송료 인상, 표준요율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일주일 동안 파업을 벌였던 화물연대가 11일 파업에 들어간다. 치솟는 기름값에 운전대를 놓았던 지난해 ‘생계형’ 파업과, 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복직, 화물연대 인정 등을 내건 이번 파업의 양상은 조금 다르다.
■ 운송료 오히려 ‘삭감’ “1년 동안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김의선 화물연대 금호지회장의 말이다. 금호타이어를 운송하는 화물노동자 216명은 지난 3~4월 운송료 인하에 항의하며 4차례 운송 거부를 했다. 지난해 파업 이후 운송료 17% 인상에 합의했던 회사 쪽이 기름값 하락과 물동량 감소 등의 이유를 들어 운송료를 다시 깎았기 때문이다. 김 지회장은 “회사가 약속을 뒤집었지만 결국 운송료 7% 인하에 합의했다”며 “최저생계비만 겨우 버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6월 화물연대와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는 운송료 19% 인상에 합의했지만, 올해 초 여수·광양·충남 등에선 회사 쪽의 일방적인 운송료 인하에 반발하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잇따랐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평균 20% 인상됐던 운송료가 1년 전에 견줘 최근 오히려 30% 깎였다고 파악하고 있다. 1년 만에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다시 터져나오는 이유다.
■ 제도 개선은 ‘소걸음’ 이런 운송료 갈등을 줄이겠다며, 지난해 정부는 화물연대에 표준요율제 도입을 약속했다. 표준요율제란 화물량·운송 거리에 따라 운송 원가를 반영해 최저 운임을 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표준요율제 추진위’를 만들고, 올해 6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화물연대, 화주단체 등과 합의했다. 그러나 사업에 참가할 운송업체를 정하는 단계에서 대한통운 사태가 불거져나와, 시범사업은 첫발도 못 뗀 상태다. 김흥진 국토해양부 물류산업과장은 “화물연대가 회의에 참석 못해 잠정 중단된 상태”라며 “지난해 파업 때 정부가 합의했던 화물차 감차, 엘엔지(LNG) 화물차 보급 등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발의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개정안은 ‘화주→주선업체→다단계 운송업체→화물차 운전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 운송업체의 직접운송 의무 비율을 2010년 30%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전국 9300여개 운송업체 가운데 70%가량은 운송 실적 없이 번호판을 팔아 화물차 운전자들에게서 지입료만 받는 회사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승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접운송 의무제를 도입하고, 위수탁(지입제) 전문 업체들을 규제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라며 “관련 법 개정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6월 국회 통과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정호희 운수노조 정책실장은 “사업자단체 반발이 심하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제도 개선이 더딘 가운데도, 지난해 하반기 화물운송 불법행위 단속 6535건 가운데 다단계 운송·주선 단속건수는 41건에 그쳤다. 해마다 파업을 부르는 화물운송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는 여전히 그대로인 셈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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