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을 예고하며 거창하게 시작됐던 ‘박연차 로비’ 사건 수사의 마지막 장면은 초라했다.
이인규 중수부장과 홍만표 수사기획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우병우 중수1과장 등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12일 오후 3시 대검 기자실에서 서둘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수사의 마침표를 찍었다. 불과 한 달여 전, 전직 대통령과 그의 가족, ‘살아 있는 권력’의 최측근에게 칼을 들이대던 검찰의 당당함은 자취를 감추고, 발표장엔 착잡한 표정과 무거운 침묵만 감돌았다. 이 중수부장의 수사 발표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발표문에 있던 노 전 대통령 관련 부분은 아예 읽지 않았고, 수사 착수 배경과 수사 결과만 간략하게 설명한 뒤 수사팀과 함께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굵직한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면 일상적으로 함께했던 일문일답도 수사기획관실에서 따로, 조용히 이뤄졌다. 홍 기획관은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리상자 안에서 수사하듯이 해 왔다. 기자들이 우리보다 더 많이 알 때도 있었고, 우리도 숨길 것 없는 상황에서 수사를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6개월이 넘는 수사의 결과가 발표된 직후였지만 질문하는 기자들과 이에 답하는 홍 기획관 모두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수사가 한창일 때 브리핑에서 오고가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제기된 ‘책임론’을 의식한 듯 노 전 대통령의 의혹과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발표문에 “이번 사건에 관한 역사적 진실은 수사기록에 남겨 보존될 것”이라고 밝혀, 수사의 편향성 논란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지연, 표적·보복 수사, 피의 사실 공표 등 검찰을 둘러싼 비판에 대한 해명을 발표문에 3쪽 넘게 실었다. 홍 기획관은 “문제가 제기된 부분들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내용을 보면 우리가 생각한 게 뭔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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