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청사.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이러다 여론으로부터 파면되는게 아니냐”
내부서도 파면결정 동의않는 분위기 팽배
한상률 전 국세청장 둘러싼 의혹 더 ‘증폭’
내부서도 파면결정 동의않는 분위기 팽배
한상률 전 국세청장 둘러싼 의혹 더 ‘증폭’
국세청이 한상률 전 청장에 대해 여러 의혹을 제기한 내부 직원을 섣불리 파면하는 바람에 안팎으로 심한 역풍을 맞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국세청의 이번 파면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이러다간 국세청이 여론으로부터 ‘파면’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지방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파면 결정에 대해 내부에서도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우리끼리는 이번 일을 입에 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조직 동요가 심상치 않음을 전했다.
■ 국세청 명예 누가 더럽히나
국세청이 광주지방세무청 나주세무서 소속 김아무개 계장을 서둘러 파면한 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국세청 책임론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김 계장은 지난달 28일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한상률 전 청장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한 전 청장이 이명박 정부에 ‘코드’를 맞추려고 정치적 목적의 표적 세무조사를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한 전 청장의 처신과 관련한 의혹들은 주로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많이 나왔지만,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한 경우는 김 계장이 처음이다.
국세청은 보안 의식이 철저한 조직이다. 국세청 직원한테는 납세자 정보 유출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런 국세청에서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이 의혹 해소를 주문하고 나선 상황을 국세청은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불씨의 확산을 막으려고 서둘러 ‘파면 결정’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는데, 자충수가 될 공산이 크다. 김 계장에 대한 국세청의 파면 사유는 ‘공무원 품위 손상’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조직 ‘명예 훼손’이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때 국세청장을 지낸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국세청은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 파면이라는 강경한 방법을 택해 오히려 의혹만 키웠다”고 말했다. 또다른 국세청 전직 고위간부도 “국민들은 검찰 수사를 피해 미국으로 도망가 돌아오지 않는 한상률 전 청장이야말로 명예를 떨어뜨린 사람으로 보지 않겠느냐”며, 김 계장에 대한 징계를 무리수로 단정했다.
■ 의혹을 풀 열쇠는?
이런 가운데 한상률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국세청 안팎에선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사이의 정권 교체기를 거치면서 각종 정보를 다뤘던 한 전 청장이 폭발력 강한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간 한 전 청장이 여권 핵심부가 껄끄럽게 느낄 만한 정보에 여러 차례 접근할 기회를 가진 정황은 뚜렷하다. 대표적인 게 바로 지난 대선 과정 내내 논란이 됐던 ‘비비케이’(BBK) 등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관련 정보다. 지난해 2월 한 청장이 전격적으로 밀어붙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도 관심거리다. 당시는 이회창 총재의 창당 및 총선 출마 여부가 새 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고민거리로 등장하던 무렵이다. 국세청 출신의 한 인사는 “한 청장은 일단 청장 유임에 성공한 뒤 장관 자리 진출에 유독 큰 관심을 보였고, 스스로 장관까지 충분히 오를 만하다고 행동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처럼 떠돌았다”고 말했다. 이를 뒤집으면, 그만큼 여권에서 자신을 ‘배려’할 것이라는 그 나름의 판단이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한 셈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이런 가운데 한상률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국세청 안팎에선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사이의 정권 교체기를 거치면서 각종 정보를 다뤘던 한 전 청장이 폭발력 강한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간 한 전 청장이 여권 핵심부가 껄끄럽게 느낄 만한 정보에 여러 차례 접근할 기회를 가진 정황은 뚜렷하다. 대표적인 게 바로 지난 대선 과정 내내 논란이 됐던 ‘비비케이’(BBK) 등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관련 정보다. 지난해 2월 한 청장이 전격적으로 밀어붙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도 관심거리다. 당시는 이회창 총재의 창당 및 총선 출마 여부가 새 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고민거리로 등장하던 무렵이다. 국세청 출신의 한 인사는 “한 청장은 일단 청장 유임에 성공한 뒤 장관 자리 진출에 유독 큰 관심을 보였고, 스스로 장관까지 충분히 오를 만하다고 행동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처럼 떠돌았다”고 말했다. 이를 뒤집으면, 그만큼 여권에서 자신을 ‘배려’할 것이라는 그 나름의 판단이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한 셈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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