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침해 우려 ‘여행금지국 지정’ 신중
석달새 두번째 테러 희생…무책임한 방관
석달새 두번째 테러 희생…무책임한 방관
예멘 북부 사다 지역에서 납치된 뒤 주검으로 발견된 엄영선(34·여)씨 사건을 계기로 예멘 등 국외 위험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국민들의 신변 안전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예멘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폭탄테러가 발생한 지 석달로 채 안 돼 벌어졌다. 일부에선 한국 정부가 국외 체류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게을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확실한 방법인 ‘여행금지국’ 지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여행유의(89개국)-여행자제(42개국)-여행제한(23개국)-여행금지(3개국)’ 등 4단계 여행경보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특정 국가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해 국민의 방문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나라와의 외교관계 손상 우려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6일 “여행금지국가 지정은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것이어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현재 여행금지국은 소말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3개국인데, 전 세계에서 여행금지국을 지정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민들에 대한 철수 권고에 나섰다. 사다 지역에는 숨진 엄씨 말고도 7명의 한국인이 의료자원봉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예멘 전체 거주 한국인은 170여명에 이른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3월 테러 발생 때에 이어 다시 한번 긴급한 용무나 필수요원이 아니면 귀국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오는 9월 발효되는 ‘관광진흥법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법안은 여행사가 여행객들에게 방문국의 안전 수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무엇보다 위험지역을 방문하는 개개인이 스스로 관련 정보를 숙지하고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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