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징계 비판한 서울 세무서 직원 감찰
국세청이 태광실업 세무조사 문제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한 전남 나주세무서 김아무개(47) 계장을 파면한 것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김 전 계장 사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인권위는 김 전 계장이 지난 11일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허병익 국세청 차장(청장 직무대행) 등 2명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해 조사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재 진정인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피진정인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며, 침해가 인정된다면 권고 조처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계장은 진정을 제기한 다음날인 12일 광주지방국세청 징계위원회에서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파면당했다.
김 전 계장은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가 징계를 받고 끝난다면 건전한 내부 비판이나 조직 발전은 불가능해진다고 생각해, 국세청이 직원들에게 물린 재갈을 푸는 차원에서 진정을 제기했다”며 “파면 결정을 내린 징계위를 비판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린 직원이 내부 감찰을 받는 등 현재 국세청 내부 검열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비판 글을 올린 서울지역 세무서 직원 이아무개(6급)씨에 대해 강도 높은 감찰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의 전병헌·우제창·백재현·김종률·장세환 의원 등은 이날 오후 국세청을 항의방문해 허병익 차장을 만나 “민주주의 후퇴의 대표적 사례”라며 파면 철회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허 차장은 “(지난해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한상률 청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경미 이정애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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