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여는 기업형 슈퍼 영세 상인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15일 문을 연 기업형 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충북 청주 개신점. 개장 3일만인 17일 오전 주변 아파트 등지의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신음하는 동네상권]
셔트 내린 재래시장 길 하나를 두고 코 앞에 들어선 홈플러스 때문에 문 닫는 점포가 늘어가는 청주 서문시장의 17일 오후 풍경. 청주/오윤주 기자
제주·군산·춘천 등서 마찰
“이젠 더이상 버틸 힘 없다” 지난 5월2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오거리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굴지의 그룹 소속 한 기업형 슈퍼마켓 롯데슈퍼가 들어섰다. 이 슈퍼마켓는 곧바로 인근 영세상인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주변 공덕시장에서 넓이 20㎡ 가량의 동네 소매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불과 보름 사이에 매출이 20%는 줄어든 것 같다”고 탄식했다. 이 시장에서 50년 동안 구멍가게를 해왔다는 이예준(72) 할머니도 “요즘 들어 단골 중에서 안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며 “결국 대기업 앞에서는 약자가 당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체념하듯 말했다. 다른 상인들은 “장사도 안 되는데, 뭐 그런 걸 묻느냐”고 신경질을 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부근에 있는 넓이 12㎡ 정도의 한 구멍가게는 지난해부터 영업 시간을 새벽 1시에서 새벽 3시로 늘렸다. 그래도 매출은 그 전보다 20% 가량 줄었다. 예전에 그 자리에 있던 슈퍼마켓은 밤 9시면 문을 닫았으나, 1년 전쯤 새로 들어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은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 늘렸다. 이 구멍가게는 9~11시의 황금 시간을 빼앗겼다. 가게 주인 오윤근(57)씨는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 시간이라도 제한하면 숨을 쉴 수 있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기업형 동네슈퍼나 대형마트들에 따른 영세상인들의 이런 상황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충북 청주시 서문시장에서 잡화상을 하는 윤태도(62)씨는 요즘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 서문시장상가번영회장이기도 한 그는 “더 이상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버틸 힘이 없다”고 힘없이 말했다. 50여년 역사를 지닌 청주 1호 인정시장 서문시장에서 ‘알부자’들로 통했던 상인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 2002년 12월 코 앞에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지난해 말 139곳이던 상점은 반년이 채 안된 지금 92곳으로 34%가 문을 닫았고, 폐점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기업형 슈퍼 규모 소형화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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