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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업형슈퍼 입점뒤 매출 3분의1 급감”

등록 2009-06-17 20:43수정 2009-06-24 13:52

문 여는 기업형 슈퍼 영세 상인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15일 문을 연 기업형 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충북 청주 개신점. 개장 3일만인 17일 오전 주변 아파트 등지의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문 여는 기업형 슈퍼 영세 상인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15일 문을 연 기업형 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충북 청주 개신점. 개장 3일만인 17일 오전 주변 아파트 등지의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신음하는 동네상권]

셔트 내린 재래시장 길 하나를 두고 코 앞에 들어선 홈플러스 때문에 문 닫는 점포가 늘어가는 청주 서문시장의 17일 오후 풍경.  청주/오윤주  기자
셔트 내린 재래시장 길 하나를 두고 코 앞에 들어선 홈플러스 때문에 문 닫는 점포가 늘어가는 청주 서문시장의 17일 오후 풍경. 청주/오윤주 기자
지역상인 “허가제 도입 시급”
제주·군산·춘천 등서 마찰
“이젠 더이상 버틸 힘 없다”

지난 5월2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오거리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굴지의 그룹 소속 한 기업형 슈퍼마켓 롯데슈퍼가 들어섰다.

이 슈퍼마켓는 곧바로 인근 영세상인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주변 공덕시장에서 넓이 20㎡ 가량의 동네 소매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불과 보름 사이에 매출이 20%는 줄어든 것 같다”고 탄식했다. 이 시장에서 50년 동안 구멍가게를 해왔다는 이예준(72) 할머니도 “요즘 들어 단골 중에서 안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며 “결국 대기업 앞에서는 약자가 당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체념하듯 말했다. 다른 상인들은 “장사도 안 되는데, 뭐 그런 걸 묻느냐”고 신경질을 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부근에 있는 넓이 12㎡ 정도의 한 구멍가게는 지난해부터 영업 시간을 새벽 1시에서 새벽 3시로 늘렸다. 그래도 매출은 그 전보다 20% 가량 줄었다. 예전에 그 자리에 있던 슈퍼마켓은 밤 9시면 문을 닫았으나, 1년 전쯤 새로 들어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은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 늘렸다. 이 구멍가게는 9~11시의 황금 시간을 빼앗겼다. 가게 주인 오윤근(57)씨는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 시간이라도 제한하면 숨을 쉴 수 있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기업형 동네슈퍼나 대형마트들에 따른 영세상인들의 이런 상황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충북 청주시 서문시장에서 잡화상을 하는 윤태도(62)씨는 요즘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 서문시장상가번영회장이기도 한 그는 “더 이상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버틸 힘이 없다”고 힘없이 말했다. 50여년 역사를 지닌 청주 1호 인정시장 서문시장에서 ‘알부자’들로 통했던 상인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 2002년 12월 코 앞에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지난해 말 139곳이던 상점은 반년이 채 안된 지금 92곳으로 34%가 문을 닫았고, 폐점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기업형 슈퍼 규모 소형화 실태
기업형 슈퍼 규모 소형화 실태
서울의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4~18일 기업형 슈퍼마켓 주변 소매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벌인 ‘기업형 슈퍼마켓이 중소 유통업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설문조사를 보면, 79%가 기업형 슈퍼 때문에 장사가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이들은 기업형 슈퍼가 들어온 뒤 하루 평균 매출은 129만3천원에서 85만2천원으로 34%줄었고, 손님은 127.8명에서 80.8명으로 36.7%가 줄었다고 밝혔다.

기업형 슈퍼와 대형마트들의 동네 진출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중소상인들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제주지역 중소유통업체 1150곳으로 이뤄진 제주체인본부협의회와 성산읍지역 상가발전협의회 등 중소상인 300여명은 지난달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농협 하나로마트 추가 입점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인구 1만4천명인 성산읍에 대형마트를 개장하면 지역 골목상권은 모두 죽게 될 것”이라며 개점 중단을 요구했다. 전북 군산시 나운동에 연면적 5만㎡규모의 대형마트가 추진되자, 이 지역 상인들도 “지역 상권이 모두 죽는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 춘천 퇴계동과 온의동에도 대형마트 2곳이 입점 준비를 하면서 상인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김정훈 의원의 분석을 보면, 2003년 248곳에서 19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대형마트들은 지난해 385곳으로 늘었으며, 30조7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재래시장의 매출은 2003년 36조에서 지난해 25조9천억원으로 줄었다. 이두영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단순 매출 잠식 뿐아니라 저가 자체 상품(피비)확대에 따른 지역 상품 외면, 수익 역외 유출, 상인들의 대량 실업사태 등 대형점들의 역기능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청주시 운천시장 식료품 상인 박영배(56)씨는 “허가제 등으로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대기업들의 무차별 점포 확산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김경욱 송채경화 기자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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