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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언론 겁주기”

등록 2009-06-18 19:41수정 2009-06-19 02:39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지난 3월26일 ‘피디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한 이춘근 <문화방송> 피디의 서울 마포구 염리동 집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벽에는 지난 2월 결혼 1년을 맞은 이 피디의 결혼 기념사진이 붙어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지난 3월26일 ‘피디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한 이춘근 <문화방송> 피디의 서울 마포구 염리동 집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벽에는 지난 2월 결혼 1년을 맞은 이 피디의 결혼 기념사진이 붙어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피디수첩 제작진 기소’ 언론학자·단체 반응]
“법원 판결결과 무관”…“촛불시위 책임 떠넘기는 정치적 보복”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다룬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 기소는 한국 언론자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많은 언론학자들과 시민·언론단체들은 언론의 기본 기능인 정부 정책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가로막는 것이며, 나아가 언론인의 자기검열을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자들은 무엇보다 이번 기소가 무리하다고 지적한다. 김민환 고려대 교수는 “검찰은 (피디수첩 제작진이) 사회에 중대한 혼란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명시적 악의가 있다고 하지만, 악의의 유무를 자꾸 사법적으로 다스리려고 하면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공인이나 국가기관과 언론 간의 갈등이 생기면 언론자유를 우선시하는 게 서구 선진국의 흐름인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피디수첩을 무력화해야 당시 쇠고기 수입 결정이 정당화된다는 생각에서 검찰이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무리한 수사를 한 측면이 있다”며 “정운천 전 장관 등이 명예훼손 고소를 한 것도 정부의 위신과 명예를 세우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네르바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서 보듯 이번 사건 역시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방송 노조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검찰의 현 수사는 애당초 촛불 강박증과 광장 공포증에 사로잡힌 현 정권을 위해 촛불시위의 책임을 피디수첩에 떠넘기려는 정치적 수사요, 비판언론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성명에서 “검찰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의 요청에 따라 (수사가) 이루어졌다. 촛불(시위)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너무나 뚜렷했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이번 기소가 정권에 반대하는 언론은 언제든지 손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검찰은 실제 재판에서의 처벌 여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피디수첩팀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언론에게 겁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용진 교수는 “<한국방송>의 논조가 많이 변하는 등 검찰 수사로 인한 언론의 위축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과 공공·국가기관이 충돌할 때는 사법적 판단을 하기 전에 언론사 스스로 재발방지 시스템을 만들고, 사회적 토론과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는 “언론사 스스로 제작과정을 반성하고 재발방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준희 충남대 강사는 “영국에선 언론과 국가가 대립할 경우 국가가 개입하면 언론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해서 독립적인 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비비시>(BBC) 방송이 “정부가 ‘이라크전 관련 보고서에 이라크가 45분 이내에 대량살상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도록 지시했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과 관련해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맹비난하자, 영국 사회는 판사가 이끄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으로 갈등을 풀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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