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회장 구속·불구속 기소 판단만 남아
'참고인중지' 윗선 개입여부도 밝혀야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비자금 72억여원 조성 혐의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방침은, 이미 1월 서울고법이 임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인정했을 때부터 검찰 자체적으로 검토했어야 할 사안이다. 사건의 ‘몸통' 격인 임 회장에 대한 처벌이 빠져 있어, 검찰의 수사 결과는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처음 의욕적인 수사를 벌이던 검찰이 무슨 이유로 임 회장의 처벌에 소극적으로 변하게 됐는지 등은 법무부나 대검이 감찰조사를 통해 풀어야 할 과제다. ◇ 구속이냐 불구속이냐가 쟁점=지난 1월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전수안)는 대상그룹 전 임직원인 유아무개(55)씨 등 3명의 항소심에서 “임 회장과 피고인들이 위장계열사인 폐기물 처리업체를 통해 대상 자금을 빼돌리기로 공모한 뒤, 1998년 11월~99년 7월 사이 모두 72억2천만원을 빼돌려 임 회장의 개인 계좌에 숨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임 회장이 불법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일단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어 다시 기소할 경우 100% 유죄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가장 꺼리는 ‘재수사’에 나선다고 발표한 것은, 이미 내부적으로 임 회장을 기소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임 회장을 구속 기소할 것인지, 아니면 불구속 기소할 것인지의 판단만 남은 셈이다. 2002년 말과 다음해 초 수사 당시 수사팀은 임 회장에 대해 구속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임 회장이 도피하는 바람에 체포영장을 두차례나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으나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재수사 과정에서 다시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임 회장의 신병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 봐주기 수사 의혹 밝혀야=검찰은 일단 “사건의 실체와 관련된 수사가 먼저 끝나야 한다”며, 당장은 당시 수사 과정의 문제 등에 대한 감찰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임 회장의 기소 여부에 대해 결론이 나와야 당시 수사가 잘못됐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가 끝나면 어떤 형태로든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말해, 감찰조사가 이뤄질 방침임을 내비쳤다. 수사과정에 대한 감찰이 이뤄질 경우, 수사 초기 임 회장의 체포영장까지 발부받고, 재판에서도 임 회장이 공모한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등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검찰이 돌연 태도를 바꾸게 된 이유가 밝혀져야 한다. 수사 도중 도피한 임 회장이 수사팀이 바뀐 뒤 자진출두하게 된 과정에 대한 규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검찰이 2004년 1월 말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중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가 밝혀져야 할 핵심이다. 이 결정을 내린 때는 이종백 인천지검장(현재 서울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전격 발령돼, 법무부로 옮기기 직전이다. 당시 수사팀과 지휘라인에서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 누가 주도적으로 결정한 것인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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