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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광우병’ 보도뒤 재협상…정부도 문제점 시인한 셈

등록 2009-06-19 09:04수정 2009-06-19 10:14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6층 소회의실에서 <문화방송> ‘피디수첩’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6층 소회의실에서 <문화방송> ‘피디수첩’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피디수첩 제작진 5명 기소, 내용 타당한가
검찰 “의도적 왜곡”…제작진 “의도 없었다”
검찰이 18일 <문화방송> ‘피디(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면서 1년여를 끌어온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검찰의 공소제기에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비판이 거세고, 주요 공소사실을 둘러싼 검찰과 제작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검 “번역 왜곡 10건…사실과 다른 11건…의도적 누락 등 9건”
제작진 “일부 오역·실수…마치 프로그램 전체 왜곡처럼 발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보도 내용의 사실관계에 대한 논란과 함께, 당시 보도가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로 악의적이고 정당성이 없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에서 “30여개 장면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의도적인 번역 왜곡이 있었다”고 밝혔다. 번역 왜곡이 10건, 사실과 다른 보도가 11건, 설명 생략이나 의도적 누락 등으로 왜곡한 게 9건이라고 설명했다. 피디수첩은 ‘주저앉은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방송했는데, 검찰은 ‘주저앉은 소가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지, 객관적인 발병 위험이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사실 왜곡의 사례로 들었다.

검찰은 또 “사람들은 젖소(dairy cows)가 도축됐다고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라는 외국 전문가의 말을 “사람들은 이런 소가 도축됐다고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라고 번역한 부분을 왜곡 번역 사례로 제시했다. “이런 소”가 광우병에 걸린 소라는 느낌을 줬다는 것이다.

반면, 조능희 책임피디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부 오역이나 실수가 있었지만, 검찰은 프로그램 전체에 마치 의도적 왜곡이 있었던 것처럼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조 피디는 “검찰이 젖소를 ‘이런 소’라고 번역한 예를 들었는데, 이는 젖소가 광우병 감염 확률이 일반 소보다 2만배나 높기 때문”이라며 “그 말을 한 외국 전문가한테도 ‘그렇게 번역한 것이 괜찮았다’는 공증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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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소한 오역이나 문구 삽입까지 명예훼손의 의도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열거하면서도, 피디수첩 쪽에 유리한 정황과 사실은 외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검찰이 허위사실이라고 밝힌 ‘94% 발병률’이나 ‘화장품·의약품으로 전염 가능’, ‘0.1g의 위험물질로 사망’ 등은 모두 과학자들이 세운 가설들을 옮긴 것”이라며 “진실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거꾸로 허위라고 입증된 바도 없는 사실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면, 신의 존재를 믿는 모든 신앙인들은 모두 감옥에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도 피디수첩 보도 뒤 (문제를 시인하고) 추가 협상을 해서 수입 소의 연령을 조정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의 법리를 둘러싼 공방도 불가피하다. 법원은 공익을 목적으로 한 언론보도의 경우 ‘위법성 조각 사유’를 비교적 폭넓게 인정한다. 대법원은 2003년 공인에 대해서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보도가 아닌 한 위법성이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검찰은 “사실 왜곡이 분명하고, 이를 통해 해당 공직자에 대한 치명적인 명예훼손이 있었기 때문에 처벌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또 “보도를 보고 가맹점 계약 취소가 27건이나 접수됐으며, 업무방해 혐의는 추상적 위협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작진 쪽의 김형태 변호사는 “공직자 개인에 대한 비리 보도도 아닌데, 사소한 실수 때문에 정부 정책을 비판한 보도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한다면 앞으로 언론이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수입업자에게 고의로 피해를 주려는 의도가 없었고, 보도와 피해사실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직자를 상대로 한 보도의 경우 법원은 허위 사실이더라도 공익적 목적이고 악의가 없으면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결국 보도에 악의가 있었냐를 다투는 게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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