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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자연 향한 폭력’에 다시 세상 속으로

등록 2009-06-24 18:35수정 2009-06-24 19:02

지율 스님
지율 스님
‘4대강 사업 반대’ 강연, 지율 스님
2006년 경부고속철도 양산 천성산 구간 공사와 관련한 이른바 ‘도롱뇽 소송’ 패소 이후 한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해온 ‘천성산지기’ 지율 스님(사진)이 최근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모처럼 입을 열었다.

지율 스님은 지난 23일 저녁 지역 환경단체들의 간담회에 초청받아 현재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이름으로 낙동강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발현장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소개하며 “이것을 자연에 대한 폭력이라 말하지 않으면 뭐라 해야 하냐”고 물었다. ‘지율, 물길을 걷다’라는 제목의 이날 간담회는 부산녹색연합과 습지와 새들의 친구, 대안문화행동 ‘재미난 복수’, 생태공부방모임 ‘구들장’ 등 단체가 마련했다.

‘도롱뇽 패소’ 뒤 칩거…안타까움에 물길 답사
“바닥 파헤쳐 강 살리기? 우리땅, 그대로 두라”

“다시는 세상에 나오기 싫었다”는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안동에서 4대강 사업의 첫삽을 떴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가누지 못해” 현장에 가봐야 했고, 새해를 안동~문경 거리에서 맞았다고 했다. 이후 3월6일부터 본격적인 낙동강 물길 답사에 나서 지금까지 안동에서부터 부산 을숙도 하구까지 물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2~3차례 다녀봤다.

그는 “구미공단의 폐수가 흘러 나오는 곳에 보를 막고 내륙 깊숙한 곳에 물류단지를 만드는 것이 강을 살리는 일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4대강 사업 예산 가운데 강바닥과 주변의 모래를 파헤치는 등 준설사업에 배정된 돈은 5조원이 넘는데 비해 오폐수 처리시설 등 수질대책과 관련된 예산은 5천억원에 불과하다”며 “4대강 사업의 진짜 목적과 성격이 어디에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낙동강은 휘돌아가는 물길 자체가 예술”이라며 “그런데 물길따라 산은 산대로 깎이고, 강은 강대로 파헤쳐지고 있고, 이런 공사현장이 현재 78곳이나 된다고 한다”고도 했다. “이런 파괴의 현장마다 정부나 업체 쪽이 내건 ‘자연보호는 우리의 미래’니 ‘친환경 현장’이니 하는 따위의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는 그는 “그분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과 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지 않냐”고 덧붙였다.

“아버지가 건설업을 했던 까닭에 그런 관점에서 한번 강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들은 강에서 땅을 봤을 것이다. 한번 만지작거리고 나면 그 값이 몇배로 뛸지 모를 넓고 값싼 공지와 둔치를 봤을 것이다. 그들에겐 이런 땅을 놀려 두는 게 큰 손실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는 최근 ‘천성산 개발 반대 단식투쟁으로 공사 지연 등 수조원대의 손실을 입혔다’고 보도했던 중앙일간지를 상대로 한 언론중재 신청에서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로부터 정정보도를 받아냈다.

2년 만에 조정합의문이 나온 지난 5일 그는 “나는 이 소송과 반론을 통하여 우리 마음에 악령이 자라는 곳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악령의 역할은 ‘영혼을 빼앗는’ 것이다, 수정되어야 할 수치는 손실액이 아니라 손실액에 빼앗긴 우리의 본 마음이기 때문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산/글·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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