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인 유학생을 위한 ‘인턴취업 박람회’에서 지원자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과 면접을 하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유학생 늘어나 경쟁 치열…중국인·조선족에 밀려
한국 돌아가도 취업 안돼…“유학경험 너무 저평가”
한국 돌아가도 취업 안돼…“유학경험 너무 저평가”
출구없는 중국 유학
23일 런민대(인민대) 졸업장을 받아든 김아무개(27)씨는 드디어 명실상부한 실업자가 됐다.
올 초부터 여기저기 취업할 곳을 알아봤지만, 끝내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런민대가 중국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곳이니, 적어도 취업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자신이 그저 한심할 뿐이다.
그에게 런민대 졸업장은 무너진 ‘차이나 드림’을 증명하는 종잇조각이다. 중국의 대기업은 물론,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대기업들도 그에게 도전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한국 시장을 노리는 중국의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에 들어갔지만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아 두 달만에 사표를 던졌다.
김씨의 좌절감은 결코 유별난 게 아니다. 중국에서 공부한 대다수 한국인 유학생들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징대나 칭화대 같은 중국 최고의 대학을 나온 이들도 취업시장에선 찬밥이다. 중국 유학이 취업을 보장하는 이력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비웃는 냉혹한 현실이다.
한국인 유학생들의 취업난은 최근 더욱 심해졌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취업기회가 줄어든 반면, 몇년 전부터 한국인 유학생들이 크게 늘어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외국인 유학생은 22만3500명인데, 이 가운데 한국인 유학생은 많게는 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한국인 유학생들끼리 일자리를 놓고 육박전을 벌인다. 지난달 27일 베이징에선 한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인턴취업 박람회가 열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이 대부분 참여한 이날 박람회에는 1천명이 넘는 유학생들이 몰렸다. 그러나 인턴의 기회를 잡은 이들은 고작 150~170명에 그쳤다. 한국인 유학생들은 중국에선 중국인들이나 조선족에 치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대기업에서 중국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아야 5% 수준이다. 한국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들보다 적은 곳도 상당수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 고객과의 접촉에서 한국인 유학생들이 강점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국으로 돌아가 취업하기도 힘들다.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직한 박아무개(27)씨는 입사시험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최종 면접에 오른 한국 대학 졸업생들의 중국어 실력이 자기 못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의 영어 실력은 감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는 베이징으로 돌아와 후배들에게 “내가 가장 실력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탄했다. 한국인 유학생들은 이런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한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려면 한국 대학생들처럼 취업준비를 하기 힘든 현실을 몰라준다는 것이다. 자신들에 대한 한국 기업과 사회의 평가가 너무 낮은 데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칭화대를 졸업하고 개인사업을 준비하는 한 유학생은 “중국에서 공부하면서 얻은 중국 사회에 대한 이해와 중국인들과의 관계망을 한국 기업들이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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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다보니 한국인 유학생들끼리 일자리를 놓고 육박전을 벌인다. 지난달 27일 베이징에선 한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인턴취업 박람회가 열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이 대부분 참여한 이날 박람회에는 1천명이 넘는 유학생들이 몰렸다. 그러나 인턴의 기회를 잡은 이들은 고작 150~170명에 그쳤다. 한국인 유학생들은 중국에선 중국인들이나 조선족에 치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대기업에서 중국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아야 5% 수준이다. 한국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들보다 적은 곳도 상당수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 고객과의 접촉에서 한국인 유학생들이 강점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국으로 돌아가 취업하기도 힘들다.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직한 박아무개(27)씨는 입사시험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최종 면접에 오른 한국 대학 졸업생들의 중국어 실력이 자기 못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의 영어 실력은 감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는 베이징으로 돌아와 후배들에게 “내가 가장 실력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탄했다. 한국인 유학생들은 이런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한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려면 한국 대학생들처럼 취업준비를 하기 힘든 현실을 몰라준다는 것이다. 자신들에 대한 한국 기업과 사회의 평가가 너무 낮은 데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칭화대를 졸업하고 개인사업을 준비하는 한 유학생은 “중국에서 공부하면서 얻은 중국 사회에 대한 이해와 중국인들과의 관계망을 한국 기업들이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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