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씨 자살 사건의 관계도
소속사 전 대표 1~2주안 송환
탤런트 고 장자연(29)씨에게 유력인사와의 잠자리와 술자리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연예기획사 전 대표 김아무개(40)씨가 붙잡히면서, 경찰이 사실상 재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찰이 김씨의 입을 쉽사리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여서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 김씨의 입, ‘판도라의 상자’ 열까?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25일 “김씨를 포함해 사건 관련 입건자 9명과 내사중지자 4명 등 모두 13명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내사종결자도 김씨 조사를 통해 혐의가 나오면 재수사할 것”이라며 “대질 등을 통해 혐의를 밝혀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사선상에 오른 인사들은 김씨와 함께 숨진 장씨에게 잠자리와 술자리를 강요한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데, 김씨의 도피로 참고인 또는 내사 중지된 상태였다. 이들은 언론인과 텔레비전드라마 감독, 금융계 인사, 연예기획사 대표 등이다. 그러나 김씨가 송환되더라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피해자 장씨가 숨진데다 경찰은 이미 200명이 넘는 참고인 조사를 통해서도 관련자들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진귀국 의사까지 내비치며 재기를 노려온 김씨가 쉽게 입을 열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경찰이 어떤 증거를 갖고 김씨를 수사하느냐가 또다른 ‘열쇠’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씨는 출입국관리 및 난민법 위반 혐의(여권 불휴대, 불법체류)로 도쿄 경시청 관할 경찰서에 유치된 상태다. 이르면 1~2주 안에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날 “한국 정부가 김씨에 대한 강제퇴거 조처를 요구하면 늦어도 2주 안에 한국으로 송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 80여일간의 도피, 배후 있나? 지난해 12월2일 일본으로 출국한 김씨는 장씨 사건이 불거지자 귀국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4월3일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았고,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까지 내려 결국 83일 만에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한테서 풀어야 할 의혹은 장씨 사건만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엔화의 초강세 속에서 김씨가 장기간 도피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등이 의문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터폴의 추적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 거래나 신용카드 사용 등 합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다. 누군가 김씨를 지원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사건과 연관된 장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29)씨를 비롯해 사건 관계자들은 김씨 검거 직후 연락이 닿지 않거나 입을 굳게 다문 상태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도쿄/김도형 특파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