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폭력 예상 집회금지는 정부의 의무”
양건위원장, 경찰대 특강발언 물의
양건위원장, 경찰대 특강발언 물의
양건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26일 “이제 집회·시위는 표현수단이라기보다는 다중의 위력에 의한 물리력 행사로서의 의미가 압도적으로 크게 됐다”며 “폭력성이 예견되는 집회·시위를 사전금지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최근 경찰의 잦은 집회·시위 원천봉쇄에 따른 헌법상 기본권 침해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국민 권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권익위 수장이 일방적으로 정부의 자의적 경찰력 행사를 편들고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용인 경찰대학에서 ‘집회·시위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치안정책과정을 이수하는 총경급 이상 경찰간부 65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다. 양 위원장은 우선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소수자와 정치적 반대자들의 의견은 이미 넘칠 정도로 사회에 과잉전달되고 있다’며, ‘이제 집회·시위는 물리력 행사로서의 의미가 압도적이 됐다’고 집회·시위 제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황에서 불법 집회·시위, 즉 불법한 물리력 행사에 대해 물리적 공권력으로 대응함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적법하게 절차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집회·시위는 평화적이냐 여부를 떠나 불법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집회의 폭력성에 대한 정부의 사전판단을 비판하는 견해는 잘못으로, 세계 어느 선진민주국가에서도 집회·시위의 허용 여부는 정부의 사전판단에 맡겨져 있다”며 “이 점에서 복면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불법적 집회·시위에 대한 법집행이라도 “지나는 행인에 대한 잘못된 법집행이나 부분적인 과잉진압은 작은 사례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이유로는 “인권보호”와 함께 “이를 부풀려 악의적으로 과장 비판하는 빌미를 주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서보학 경희대 교수(법학)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시민이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로, 쉽게 제한하자고 주장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 보호와 반대되는 발언을 한 것은 헌법학 교수 출신의 국민권익위원장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한양대 법학과 교수를 하다가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권익위원장이 됐다. 손원제 노현웅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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