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며 시국선언을 했던 교사들이 무더기로 교단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해임·정직하겠다고 밝힌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과 집행부 교사들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 전교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교과부 “공무원법 위반” 검찰고발…나머지 참여교사 주의·경고
전교조 “법적근거 없다” 반발…2차 시국선언·안병만 퇴진운동
전교조 “법적근거 없다” 반발…2차 시국선언·안병만 퇴진운동
교육과학기술부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1만6천여명을 모두 징계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 등 88명은 해임·정직 등 중징계와 검찰 고발을 하기로 하는 등 초강경 대처 결정을 했다. 이런 대규모 중징계 결정은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처음이다. 전교조는 ‘2차 시국선언’과 안병만 교과부 장관 퇴진 운동 등 총력투쟁을 선언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교과부는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긴급 시·도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지난 18일 ‘교사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 1만6172명 가운데 “선언을 주동하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한” 88명을 추려,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등 중앙집행위원 10명을 해임하고 시·도지부장, 전임자 등 78명을 정직하는 등 중징계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들을 모두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이들 88명 말고 나머지 선언 참여 교사들도 모두 주의·경고 등 경징계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교사들의 시국선언 참여가 국가공무원법의 성실·복종·품위유지 의무, 집단행위 금지 등 복무 관련 조항을 위배한 것이고, 시국선언 내용이 근로조건과 관련 없는 정치상황에 관한 것이어서 교원노조법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원 교과부 기획조정실장은 “교육 현장이 정치 이념으로 물들도록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교사들을 대규모 징계하기로 한 것은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초유의 일이다. ‘시국선언 참여’를 이유로 한 징계는, 1991년 ‘강경대씨 사망사건’ 당시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5700여명 가운데 9명을 해임·정직한 사례가 있다.
전교조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징계 결정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으로서, 법적 근거 없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조처”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40만 교사 서명운동과 2차 시국선언, 안병만 장관 퇴진 운동에 나서고 안 장관과 시·도교육감들을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도 성향의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김진우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교사 개개인의 양심에 따른 행동을 처벌하는 것은 전형적인 과잉 징계이며 공권력 남용”이라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20여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부겸·김진표·권영길 의원 등 야당 의원 7명도 성명을 내어 “교사들에 대한 징계와 고발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지난 18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국정 쇄신 △경쟁 만능 학교정책 철회 등을 촉구하는 ‘교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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