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덕씨 ‘경찰비판 노래·비리폭로 글’ 고소 당해
소송으로 제대 미뤄져…“이렇게까지 괴롭힐 줄은”
소송으로 제대 미뤄져…“이렇게까지 괴롭힐 줄은”
“육군복무 전환을 신청할 때 징계는 받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괴롭힐 줄은 몰랐어요.”
26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만난 이계덕(23)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이틀 전 보수단체 회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철거할 때 분향소를 지키던 중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가 전날 풀려났다.
이씨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를 다니다 2007년 2월 입대한 ‘평범한 전경’이었다. 그랬던 그가 촛불시위를 계기로 권력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전·의경제도 폐지’를 주장하며 육군복무 전환을 위한 행정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행정심판 제기 직후 같은 부대원 3명한테서 강제추행 혐의로 고발당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불구속기소했고, 이씨는 직위해제돼 군 복무가 중단됐다. 지난 18일 서울 북부지법에서 1심 선고가 났다.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이었다.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가 인정되지만, 이씨가 전경에서 육군으로 전환해 달라며 부대 내에서 마찰을 빚던 시점에 사건이 접수됐다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씨와 검찰 모두 항소한 상태다.
예술고 출신으로 곡 만드는 걸 좋아하는 이씨는 지난달 22일 ‘신노병가’, ‘출동 지구방위대’ 등 2곡이 담긴 디지털 싱글 앨범을 내놨다. ‘신노병가’에는 경찰의 행태를 비판한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이날 즉시 음반제작금지 가처분 신청을 중앙지법에 제출했다가 기각당했고, 이어 고등법원에 즉시항고했다.
이달 들어선 이틀 간격으로 경찰서 2곳에서 소환장이 날아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씨 소속 부대인 802전경대가 “‘신노병가’ 노래가 경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으니, 피고소인 조사를 받으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다른 하나는 이씨의 예전 소속 부대인 606전경대 쪽이 명예훼손 혐의로 이씨를 고발했으니 서울 노원경철서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606전경대는 이씨가 지난달 서울지방경찰청 누리집의 민원게시판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았다. 이씨는 “내가 민원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면 경찰청 쪽에서 친절한 답변도 달아뒀다. 내가 아무리 눈 밖에 났다고 이런 방법으로 괴롭힐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지금 자신한테 걸린 각종 소송이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1월에 제대했어야 하지만 소송이 끝나지 않아 여전히 복무 중지 상태다. 가정 형편이 나빠져 직장도 빨리 구해야 한다. 이씨는 “괜히 행정심판을 제기했나 싶기도 했지만 내 행동에 후회하지 않는다”며 “하루빨리 정식으로 제대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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