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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이들 웃음소리 아직도 들리는데…”

등록 2009-06-29 17:54수정 2009-06-29 18:10

‘씨랜드 참사’ 10년을 맞아 당시 희생된 유치원생들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제를 올리고 있다. 김기성 기자
‘씨랜드 참사’ 10년을 맞아 당시 희생된 유치원생들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제를 올리고 있다. 김기성 기자
‘씨랜드 어린이 참사 10년’ 현장 찾은 부모들
23명 못숨 앗아간 그곳엔 잡초만 무성
“다시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어” 울먹

사라진 것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화마가 덮쳤던 흉측한 건물 뿐이었다. 모든 것을 거둬가는 게 세월이라 했지만, 아이를 가슴에 묻은 부모의 슬픔만은 가져가지 못했다.

29일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옛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터. 꼭 10년 전, 천진난만한 유치원생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곳 화재 참사 현장에 자식을 잃은 부모 10여명이 찾았왔다.

황량한 공터에 잡초만 무성하게 자란 참사 현장은 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무거워 보였다. 한때 물장구를 치고 놀던 어린이들로 가득찼던 수련원 수영장은 콘크리트 바닥을 허옇게 드러내고 있어 쓸쓸함을 더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들을 불바다에서 잃어버린 부모들은 아이들이 잠을 자다 숨진 화재 현장에 제단을 마련하고 향을 피웠다. 제단에는 참사 직전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즐겁게 뛰놀던 모습이 담긴 영정도 놓여졌다.

하얀 국화 꽃을 하나 씩 차분하게 올려놓던 부모들 사이에선 어느새 흐느낌이 이어졌다. 당시 6살 짜리 딸 해지를 잃은 어머니 원완숙(45) 씨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실 훔쳐내다 “해지를 다시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아버지 김청훈(50)씨는 “10년 전 바로 오늘 이 시간에 우리 아이들이 이곳에서 수영을 하고 놀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한, 이형민(당시 7살)군의 어머니 신현숙(44)씨는 분향이 끝난 뒤 참사 현장 바로 앞에 있는 바닷가로 나가 사랑하는 아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참사로 아들을 잃은 뒤 어린이안전재단을 꾸린 이경희(55) 씨는 “1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법률적·제도적으로 보완된 것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유족들은 “당시 참사가 당국의 책임이 큰 것으로 드러난 만큼 어린이들의 넋을 달래는 추모비라도 세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추모행사에 참석한 최영근 화성시장은 “시 차원에서 ‘참사’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공원 조성이나 위렵탑, 추모비 건립 등을검토 중”이라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모 행사를 마친 유족들은 어린이안전재단에서 주최하는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그 후 어린이 안전문화 10년’이란 세미나 참석을 위해 서울로 향했다.


1999년 6월30일 오전 1시30분에 일어난 씨랜드 화재참사는 여름캠프를 왔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등 모두 23명이 불에 타 숨졌다. 당시 씨랜드 건물은 비상구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컨테이너를 쌓아올려 숙소를 만들어 인명피해가 컸다. 화성/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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