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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본정부 ‘정규직화’ 나설 때…한국정부 ‘유예’ 타령만

등록 2009-07-03 18:59수정 2009-07-03 22:16

지난 3월 일본 최대 사용자단체인 게이단렌 건물 앞에서 반빈곤네트워크 회원들이 대기업들의 마구잡이식 비정규직 해고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펼침막에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 확대되는 빈곤’이란 문구가, 회원들이 손에 든 종이에는 ‘자르지마’라는 구호가 쓰여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지난 3월 일본 최대 사용자단체인 게이단렌 건물 앞에서 반빈곤네트워크 회원들이 대기업들의 마구잡이식 비정규직 해고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펼침막에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 확대되는 빈곤’이란 문구가, 회원들이 손에 든 종이에는 ‘자르지마’라는 구호가 쓰여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흔들리는 ‘비정규직 보호’]
일 야당, 제조업 파견노동 원칙금지법 제출
정부도 기업 단속 늘리고 노동자 지원 확대
전문가들 “비정규직법 유예 고용불안 가중”
일본 사회에서 비정규직 고용불안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여당에서도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조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유예하려는 한국 정부·여당의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 종신고용 제도를 유지해 ‘고용왕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시절인 2004년 제조업에까지 파견노동을 허용하는 등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속 펼친 결과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 규모로 늘어났다.

특히 경기확대 국면에서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은 대기업들이 지난해 10월 이후 세계적 경제위기를 이유로 비정규직 마구잡이 해고에 나서면서, 고용불안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 공식통계로 6월 말 현재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21만명으로 집계됐으나 민간기관에서는 4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여당과 비슷한 정책을 취했던 제1야당 민주당이 사민당, 국민신당과 함께 노동자파견법의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한 것도 이런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이들 3개 야당은 지난달 28일 제조업에 대한 파견노동을 앞으로 3년 안에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노동자파견법 개정안을 중의원에 제출했다.

비정규직 고용불안 문제가 코앞에 닥친 총선의 쟁점으로 부상하자, 일본 정부도 그동안 사실상 눈감아주고 있던 노동자파견법 위반 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험과 취업지원을 확대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도쿄 노동국은 지난 5월28일 파견노동자들과 3~6개월씩 고용계약을 되풀이해 갱신하면서 파견제한 기한인 3년을 넘긴 닛산자동차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후생노동성은 산하기관을 통해 수시로 비정규직 해고자 수를 집계해 발표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있다. 총무성은 지난달 말 발표한 ‘2009년 노동백서’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생활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사용자 위주의 현행 고용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일본 비정규직 확산 관련 움직임
일본 비정규직 확산 관련 움직임

일본 사회가 비정규직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된 데는 시민·노동단체들의 활동이 주요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도쿄 도심의 히비야공원에 ‘실직자 난민캠프’를 설치해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을 지원한 ‘파견마을’ 활동은 전국 170곳으로 확대돼 새로운 풀뿌리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정규직 노조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불이익을 감수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100개가 넘는 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해 파견노동자를 3년 이상 불법 고용한 업체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현행 비정규직 법안을 유예하고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려는 한국 정부·여당의 움직임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노동유연성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은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빈곤네트워크 대표인 우쓰노미야 겐지 변호사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제경쟁력의 파고에 노출된 것은 한국과 일본 모두 마찬가지지만, 유럽을 보면 비정규직에게도 높은 급료를 주면서도 국제경쟁력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 급료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을 늘릴 경우 국내 소비가 늘지 않고, 노동력과 기술력도 떨어져 결국 국제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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