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른 나라 아이들에게 손내밀 때”
“한국은 최근 20년 동안 눈부시게 성장한 나라입니다. 어린이들은 부족함이 없이 좋은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다른 나라 어린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입니다.”
지난 21일 방한한 버카드 그네릭(52) 국제세이브더칠드런연맹 대표는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아체, 스리랑카 등지의 헐벗고 굶주린 어린이들에게 한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랐다.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1919년 영국의 에글린타인 젭 여사가 전쟁과 폭력으로 위기에 처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만든 국제민간기구다. 한 해에 5억 달러를 모금해 세계 각지의 어린이 300여만 명을 돕고 있으며 우리나라와는 1953년부터 인연을 맺었다.
그네릭 대표가 방한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한국 기부시장의 확대다. 그는 이탈리아의 세이브더칠드런 설립에 참여한 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비상임 이사장으로 일하면서 그 단체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의 구호단체 ‘데르 데 좀므’와 독일그린피스 대표로 일하기도 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에 전해 북한어린이돕기에 쓸 기금을 모으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1992년 한국이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바뀌었지만 경제규모 세계 11위의 나라에 걸맞지 않게 외국원조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1/4에 불과하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네릭 대표는 한국인들에 대해 “낯선 사람에게까지 친절하고 관대하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기부 문화도 크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2일 인사동에서 영어 숙제를 하러 온 학생 두 그룹이 토론을 하자고 해 응했더니 하회탈 열쇠고리와 우편엽서를 선물로 주더라면서 “그런 마음을 이제 다른 나라의 어려운 아이들에게로 돌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들에게 빵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다음날 또다시 굶주리게 됩니다. 교육이야말로 그 아이가 홀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길입니다.”
그레닉 대표는 “2020년까지 세계의 모든 분쟁 지역과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 300만 명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국제세이브더칠드런연맹의 목표”라고 밝히고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 제가 그 일을 이루는데 가장 큰 힘이 된다”며 활짝 웃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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