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노조, 인권실태 설문
탤런트 장자연(29)씨 자살사건으로 불거진 연예인 성상납 의혹이 연기자들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연기자 183명 가운데 19.1%(35명)가 ‘본인이나 동료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이런 현실은 <한겨레21> 최근호(6일 발매)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한예조의 ‘인권침해 실태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한예조는 지난 4월 전체 탤런트의 95%에 달하는 2000여명에게 설문지를 보내 183명의 회신을 받았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연예인 중 24.6%(45명)는 ‘직접적인 인권침해나 금품 요구를 받았다’고 답했으며, 68.2%(125명)는 ‘본인이 직접 당하지는 않았지만 동료의 피해를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중복 답변이 가능한 이번 설문에서, 자신이나 동료가 당한 피해의 구체적 내용으로 ‘성상납 강요’를 지목한 이가 19.1%(35명)로 나타났다. 또 ‘접대 강요’를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도 34.4%(63명)나 됐다.
한예조는 설문조사와 함께 ‘심층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연기자들에게 성상납·접대 등을 강요한 ‘가해자’나 ‘접대 상대’의 이름을 적게 했다. 그 결과 방송사 피디 및 간부, 작가, 연예기획사 관계자, 정치인, 기업인 등 10여명의 이름이 중복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예조는 이들 10여명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14명(62.3%)은 ‘요구를 거절했다가 캐스팅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 요구 거절에 대해 31명(16.9%)은 인격모독을, 9명(4.9%)은 음해·협박을, 7명(3.8%)은 폭언·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응석 한예조 위원장은 “현재 ‘가해자 리스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중”이라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와 장자연씨 사건 수사 재개가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한겨레21>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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