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80여명 따돌리고 1억9천만원 챙겨 도주 중소 건설업체 사장 부인을 인질로 거액을 요구한 납치범을 경찰이 눈앞에서 놓쳤다. 납치범들은 경찰 80여명을 따돌린 뒤 1억9천여만원의 현금을 건네받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다행히 인질은 44시간만에 무사히 풀려났다. 납치=지난 22일 새벽 5시께 대전시 중구 용두동 ㅅ한증막 주차장에서 ㄱ건설 대표이사 부인 김아무개(59)씨가 납치됐다. 김씨는 24일 경찰에서 “차에 타 시동을 거는데 갑자기 괴한 2명이 문을 열고 나를 밀친 뒤 눈을 노란색 테이프로 가리고 손과 발을 묶었다”고 말했다. 벤츠차로 납치된 김씨는 곧 이어 범인들의 차량으로 옮겨 태워졌다. 돈가장에 추적장치 설치하고도 검거놓쳐
건설사 대표 부인은 44시간만에 풀려나 김씨는 “범인들이 충청도 말씨를 썼다”며 “새소리가 들리는 산 속으로 끌려갔으며, 범인 가운데 한명이 나를 감시하고 빵과 물을 줬다”고 말했다. 김씨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 집을 나와 유성구 학하동 수통골로 등산을 갔다 오후 4시께 이 한증막에 혼자 들렀다 나오는 길이었다. 협박=30대로 추정되는 범인 가운데 한명은 22일 새벽 6시43분 김씨 집에 전화를 걸어 아들 고아무개(30)씨에게 “네 엄마를 납치했다. 돈을 주면 조용히 풀어줄테니 4억원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고씨는 오전 8시15분께 범인이 말한 장소에서 어머니 김씨의 차량을 확인하고는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충남경찰청 강력계와 중부경찰서 및 대전권 5개 경찰서 형사들로 수사본부를 꾸려 김씨 집과 가족 전화에 감청장치를 설치했다. 언론에는 비보도를 요구했다. 경찰과 범인의 줄다리기=범인은 23일 오후 6시10분께 전화해 “1억9600만원 밖에 준비 못했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더 준비해 지정하는 장소에 가져다 놓으면 1시간 뒤 김씨를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범인은 이어 두차례 김씨 남편(58)과 김씨가 통화하게 하고는 23일 밤 11시5분께 “막내 아들만 엄마 차에 돈을 싣고 오정동에서 유성 방면으로 운전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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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24일 오전 0시19분께 고씨에게 “충남대 정문앞에서 주유소 쪽으로 좌회전해 대기하라”고 지시했으나, 20분 뒤에는 “월드컵경기장 지하차도를 지나 두번째 신호등에서 좌회전해 대기하라”고 장소를 바꿨다. 0시55분께 고씨가 지시한 장소로 오자 대기하던 범인 한명이 차에 탄 뒤 노은동 11단지 옆 왕가봉약수터로 가라고 요구하고는 차 안에서 현금을 확인했다. 범인은 새벽 1시14분께 왕가봉 약수터에서 고씨를 내려놓은 뒤 ‘주변에 엄마가 있으니 찾아보라’고 말하고 대기하던 다른 한명과 함께 고씨가 몰고온 차를 타고 달아났다. 이 차는 노은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납치됐던 김씨는 약수터에서 700m 떨어진 야산에서 손발이 묶인 채 고씨에게 발견돼 구조됐다. 나는 범인 기는 경찰=경찰은 충남경찰청 수사대와 경찰 헬기, 대전권 5개 경찰서 형사반 등 80여명으로 검거조와 추적조를 꾸려 대전시내 주요 지점에 배치한 데 이어 추적팀 2개조 18명이 택시, 택배회사 차량 등 6대에 나눠타고 고씨 뒤를 쫓았다. 그러나 경찰 추적조는 충남대 정문 앞 주유소에서 고씨 차를 놓쳤다. 경찰은 이에 고씨 차량과 돈가방에 미리 붙인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해 범인들의 위치 확인에 나섰다. 위성추적장치에 나타난 차량 위치가 반경 500m 지역으로 넓게 표시됐다. 이에 추적조와 검거조는 피해자 김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팀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수십명이 한꺼번에 전화를 거는 바람에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 이뤄지지 못했다. 범인들은 경찰이 혼선을 빚는 틈을 타 불과 1㎞ 밖에서 돈을 챙겨 달아났다. 경찰은 또 인질 구출을 위해 훈련한 경찰특공대를 출동시키지 않는가 하면, 공주, 조치원, 호남고속도로, 유성 쪽 도주로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등 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납치될 당시 범인 손을 물었다는 진술에 따라 김씨 차안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을 발견해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며 “고씨가 충남대 앞에서 갑자기 급회전해 달리는 바람에 추적에 실패했다”고 해명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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