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해찬 전 국무총리, 함세웅 신부
[‘노무현 시대’ 심포지엄]
“민주주의·휴머니즘의 정치인생”
“MB정권이 허물자 저항의 죽음”
“민주주의·휴머니즘의 정치인생”
“MB정권이 허물자 저항의 죽음”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저항의 죽음.’
7일 열린 심포지엄의 기조강연을 맡은 함세웅 신부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렇게 규정했다. 과거 유신독재와 군부독재에 맞서 한국사회가 일궈온 이 두 가치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 인생 내내 지키려 했던 지역주의 타파·분권·균형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었고, 그는 이것이 훼손되는 현실에 죽음으로 저항했다는 지적이다.
먼저 ‘한국 민주주의와 생명·평화’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함 신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한국 사회 전체의 사건으로 규정했다. 함 신부는 “한 사람 때문에 모두가 신음하고 고통받기 마련이지만, 동시에 의로운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두가 구원을 받는다는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그리스도교의 ‘대속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현 정권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관용 대신 독선과 소통 부재만을 일삼으며, 국민 합의 없이 수십조원을 4대강 살리기에 쏟아붓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의 결단은 이 정권의 몰상식·비인간성·일방주의 독선체제에 대한 저항”이라고 말했다.
이 전 국무총리는 ‘노무현적 가치와 국정이념’이라는 둘째 기조강연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존경했던 미국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노무현적 가치를 읽어냈다. 이 전 총리는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치를 꿈꾼 노 전 대통령이 지향한 국가상은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에 기반을 둔 위민국가였다”며 “이러한 정신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그의 말에 집약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도 이런 평가의 연장선에서 회고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 휴머니즘에 대한 열망은 실제 국정에서 분권·균형·평화의 이념으로 구현됐다”며 “고인이 끊임없이 지역주의에 대항해 부산에 출마한 것, 대통령이 된 뒤에도 책임총리제를 통해 권력을 분산한 것, 언론 독점을 해소하고자 한 것 등이 바로 그 실천”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과 조지 부시 당시 미국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라는 악재에도 10·4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쏟은 노 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진보도 보수도 아닌 평화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관통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함 신부와 이 전 총리는 앞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한국 사회에 남긴 과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함 신부는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일이 한국 민주주의와 평화·생명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의 일치와 연대를 이끌어 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며 “민주개혁 세력이 지향했던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을 위한 또 다른 여정을 함께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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