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전민학련·전민노련 반국가단체 조작의혹사건(학림사건)’에 대한 재심권고 결정과 관련해, 이태복(왼쪽 셋째)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당사자들이 7일 오전 서울 명동의 한 찻집에서 서울고법에 재심 신청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문식 제원회계법인 대표, 민병두 전 의원, 이 전 장관,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신철영 전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전민학련 등 관련자 고문·자백강요… “재심 신청할 것”
1981년 전두환 정권 시절,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25명이 무기징역 등의 유죄 판결을 받은 이른바 ‘학림사건’이 국가에 의해 조작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는 7일 “이 전 장관 등 25명이 ‘전국민주학생연맹’(전민학련)과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을 결성해 국가보안법 위반했다며 실형을 선고한 이번 사건이 당시 경찰과 검찰이 관련자들을 고문해 혐의를 날조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국가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재심 등의 조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또 “당시 정권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민주화운동 세력을 광범위하게 탄압했고, 이 사건 역시 정권 안정을 위해 국가가 조작한 사례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의 조사 결과, 당시 치안본부(현 경찰청)는 검찰의 내사지휘를 받고 81년 6~8월 전민학련 등 관련자들을 영장없이 강제 연행해 대공분실에 불법 구금한 뒤, 이들에게 반국가단체 결성 죄를 뒤집어 씌웠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이태복 당시 전민노련 의장을 ‘칠성판’에 묶어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가하는 등 사건 관련자들을 고문하고 거짓 자백을 강요했다. 사건 이름인 ‘학림’은 ‘숲(林)처럼 무성한 학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뜻으로 경찰이 붙인 것이다.
피해자들은 재판에서 불법구금과 고문을 주장했으나, 당시 서울지방법원은 기소된 26명 중 25명에 대해 무기징역 등 유죄를 선고했다.
진실화해위의 결정과 관련해, 이 전 장관과 민병두 전 의원,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등 사건 관련자 8명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7년4개월을 복역했던 이 전 장관은 “당시 청와대의 지시로 사건이 확대돼, 이 사건과 관련해 400여명이 조사를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들은 “진실화해위의 결정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신청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사법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잡아 진실이 규명되고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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