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49재]
생전에 마을장터·민주주의도서관 등 구상
생전에 마을장터·민주주의도서관 등 구상
“아름다운 자연으로 귀의하는 게 아니라 ‘농촌’으로 돌아가고 싶다.”
퇴임 뒤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건축가 정기용씨를 만나 귀향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주택을 설계한 정씨는 “노 전 대통령은 농사를 짓고 자연을 돌보며 동네 사람들과 함께 자원봉사도 하면서 살고 싶어했다”고 전한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실천하려 했던 계획을 들춰보면, 아이디어가 많은 ‘마을이장’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는 귀향 직후 마을 뒷산 봉화산을 다양한 나무와 풀들이 자라나는 숲다운 숲으로 가꾸고, 낙동강 주변 습지인 화포천을 가꿔 자연생태학습장으로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이런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산림·하천 전문가들을 만나며 전문적인 지식을 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농촌사람들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자연친화적인 오리농법을 시작했고, 장군차를 심는 것도 구상했다.
김해시 의뢰로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만든 마을가꾸기 용역보고서는, 현재 분향소가 차려진 마을 한가운데에 장터를 만드는 계획을 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마을장터에서 봉화산에서 채취한 나물, 마을 토종닭으로 만든 삼계탕, 봉하빵 같은 특산품을 팔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노 전 대통령이 나중엔 마을장터 지하에 민주주의도서관을 세우는 구상을 했다고 전한다.
검찰 소환 조사가 임박했던 지난 4월, 노 전 대통령은 예전부터 어린이들을 위해 3천여평 규모의 작은 동물원을 만들겠다고 마음 먹었던 부엉이바위 근처를 답사했다고 한다. 마침, 노 전 대통령의 묘비가 세워지는 곳도 여기다. 어린이들이 동물들과 함께 마음껏 뛰어놀기를 바랬던 바로 그곳에, 이제 그는 영원히 잠들게 됐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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