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49재] 비석에 ‘대통령 노무현’만 새긴 까닭
‘대통령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석에는 이 여섯 글자만 새겨진다. 약력 등 고인의 인생살이를 소개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럴 계획은 아니었다.
고인의 무덤에 세워질 비석 건립을 책임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주 작은 비석 건립위원회’ 유홍준(전 문화재청장) 위원장은 9일 “애초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건립위원회 위원들이 각자 분야를 맡기로 했고, 비문은 황지우(전 한국종합예술학교 총장) 시인이 책임질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도중에 황 시인의 뜻에 따라 비문의 문구가 지금처럼 ‘대통령 노무현’ 여섯 글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면, 황 전 총장은 “아무리 좋은 문장을 쓰더라도, 국민장 기간에 조문객들이 남긴 추모글을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며 ‘대통령 노무현’만 쓰자고 주장했다. 고인의 약력 소개에 대해서도 황 전 총장은 “대통령을 지내신 분에게 약력 소개가 무슨 필요가 있나. 대통령이라는 말에 모든 것이 들어있는데”라고 버텼다. 유 위원장은 “당시 한국종합예술학교 총장 사퇴 문제가 갑자기 터지면서 황씨가 가버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비문은 ‘대통령 노무현’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글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썼다. 이 역시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여러 서예가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글의 품격을 고려할 때 불교 금석문의 최고 대가인 지관 스님에게 글을 부탁하면 좋겠다고 위원들이 뜻을 모았고, 유족들도 여기에 찬성했다. 지관 스님은 위원회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여 ‘대통령 노무현’을 한글과 한자로 각각 써서, 지난달 26일 조계사를 방문한 고인의 아들 건호씨에게 직접 전달했다.
김해/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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