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막는 경찰 욕설에 분개…내 권리 찾으러 나왔다”
김광수(34·마포구 노고산동)씨는 지난 5월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하이서울 페스티벌’에 갔다가 “삶이 달라졌다”고 한다. 김씨는 그전엔 한 번도 집회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당시 김씨는 가족들과 행사장에 가려고 지하철 시청역에서 나오는데 경찰이 서울광장 쪽 출구를 막는 바람에 꼼짝 못하게 됐다. 김씨는 ‘행사장에 가려고 하니 보내달라’고 항의를 했으나, 되레 경찰관한테 욕설을 들었다. 김씨는 “경찰한테 욕을 듣고 화가 치밀어올랐다”며 “내 권리를 침탈당했다고 생각해 뭔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에 나갔다. 4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서울광장 조례 개정 운동’의 주인공인 서명모집인(수임인)들이다.
앞서 참여연대와 야 4당 등이 모여 만든 ‘광장 조례 개정 서울시민 캠페인단’은 지난달 24일 서명모집인 1684명의 명단을 서울시에 냈다. 서울시가 신원 확인을 이유로 이날에야 1차로 1556명의 위임신고증을 보내옴에 따라 첫 서명모집인 회의가 열린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6개월간 서울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는다. 서울시 유권자 8만여명의 서명을 받으면 집회 개최를 금지한 현행 조례의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 나온 사람은 김씨처럼 갖가지 사연을 갖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연극 연출 공부를 하는 박진숙(27)씨는 “그동안 예술에만 관심 갖고 살면서 정치는 가만히 나둬도 잘 굴러가는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내 자유가 침해당하는 걸 피부로 느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맹행일(67)씨는 “어린 손녀 손을 잡고 집회에 나가다보니 아이에게 바른 것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인섭(53)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경찰이 보인 행태에 화가 나서 개정 운동에 참여했다고 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조례 개정 운동으로 유일하게 성공했던 2004년 학교급식 조례 개정 운동 때도 서명모집인이 1000여명 수준이었다”며 “광장 개방 문제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꼭 성공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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