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쪽, 직원들에 강경책 담은 ‘전자우편’ 보내
쌍용자동차 고위 임원이 평택공장에서 파업중인 노조 조합원들을 해산하려고 ‘수면 가스’를 이용한 진압 계획을 세웠음을 보여주는 문서가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한겨레>가 입수한 쌍용자동차 내부 문서를 보면, 쌍용차는 지난 9일 직원들에게 이런 내용의 진압 방안을 담은 전자우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쌍용차 고위 임원이 특정 부서 직원 9명에게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보낸 전자우편은, 평택공장 도장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는 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강경책과 진압책, 회유책 그리고 홍보 등으로 나눠 대응 방안을 정리했다.
이 전자우편에 실은 진압책을 보면 “야음을 틈타 수면 가스를 살포 후 파업자 수면 상태에서 진압→파업자 희생 최소화”라고 돼 있다. 회사 쪽이 진압 수단으로 수면 가스 사용을 검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서 “단 사회적인 여론과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자우편은 덧붙였다. 하지만 민간인은 수면 가스를 쓸 수 없고 경찰도 시위 진압에 쓴 전례가 없다. 이와 함께 △루머 형식으로 강경 진압 시나리오를 작성한 뒤 유포해 심리적 압박감을 배가하고 △부모의 건강이 위독하다고 통보해 외부로 탈출시킨 뒤 체포하거나 △뉴라이트, 재향군인회, 특수임무수행자회 등 우익단체를 활용해 대국민 홍보활동을 벌이라는 지침도 나와 있다.
이창근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기획부장은 “고위 임원이 개입한 점과 최근의 상황으로 미뤄 개인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며 “회사 쪽이 옥쇄파업을 벌이는 조합원들을 적대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자우편 말고도 인터넷 홍보, 1인 침묵시위, 공장 사수 등을 독려하는 ‘업무 연락’ 형식의 전자우편 20여통이 이달 초부터 사원들에게 뿌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무영 쌍용차 홍보부장은 “회사가 수면 가스 살포를 지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직원협의체 내부에서 나온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가 전달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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