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노조원의 대치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경기 평택 칠괴동 쌍용차 공장에서 21일 오전 경찰 헬기가 노조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굴뚝 주변을 돌고 있다. 평택/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찰 ‘폭력 동영상’ 배포
회사쪽 시설 복구 나서
노조 주먹밥 끼니 ‘최악’
회사쪽 시설 복구 나서
노조 주먹밥 끼니 ‘최악’
21일로 대치 이틀째를 맞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경찰과 회사·노조 쪽이 팽팽한 심리전을 벌이며 마치 폭풍 전야에 놓인 모습이다.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노조와 ‘최종안의 원칙 사수’ 이외엔 협상의 여지를 내비치지 않는 회사 모두 내부에서 조금씩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 심리전으로 기싸움 경찰과 회사 쪽에 의해 봉쇄된 쌍용차 평택공장에서는 20일 밤부터 21일 새벽까지 불타는 타이어에서 나오는 매캐한 연기 속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회사 쪽은 전날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대형 확성기로 ‘오 필승 코리아’와 ‘새마을운동가’ 등의 노래를 틀었다. 틈틈이 ‘선처하겠다’, ‘용기 있는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으로 남녀가 번갈아 가며 선무방송도 했다. 노조는 경찰의 진입 시도에 맞서 밤새 타이어를 태우고 볼트를 새총에 걸어 쏘며 맞섰다.
경찰은 21일 ‘쌍용차 파업 관련 폭력성 부각 동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전날 상황을 4분 분량의 동영상으로 편집해 언론에 배포했다. 사쪽 역시 “이탈 조합원이 노조의 반대로 파업에 나오지 못했다”고 흘렸고, 노조는 “사실이 그렇다면 실체를 공개하라”고 맞섰다.
도장공장에는 물과 가스가 끊겼고, 식료품 반입도 일주일째 중단된 상태다. 파업 노조원들은 20일부터는 반찬 없이 하루 전에 미리 만들어 둔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물은 기존의 생수통에 담아둔 물을 식수로 당장 쓰고 있지만 씻는 것은 포기할 만큼 ‘최악의 상황’이라고 노조 관계자들은 전했다. 회사 쪽은 밤새 이탈자가 또 1명 나왔다고 밝혔다.
정부나 회사 쪽은 압박 수위를 높여 가는 한편 이탈자를 통한 파업 해산을 기대하지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은 “회사나 경찰이 파업 노조의 내부 동요를 통해 파업을 깨려 한다면 완전히 오산이고 노조는 지금도 사쪽과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푼다는 원칙”이라며 “다만 정당한 생존권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목숨을 건 투쟁으로 내몰아 가고 실제로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는 전적으로 회사와 경찰, 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파업 노조 간부 이아무개(34)씨의 부인은 22일 안성 우성공원묘지에 안장된다.
■ 사쪽의 속내는? 회사 쪽은 1500여 직원들을 21일에도 정상출근시켜 시설 점검과 복구에 나섰다. 연구소와 본관 이외엔 접근이 쉽지 않아 기능직 인원들은 안성의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에 들어갔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직원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일부 인원이 부상을 당했다. 이제는 정상화돼도 함께 일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회사 쪽은 이날까지 생산 차질 대수가 1만1520대, 손실액은 2456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꼬인 데 대해선 노조와 함께 회사 쪽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회사 쪽은 “노조가 총고용 보장과 정리해고 철회 이외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면서, 노조의 ‘무조건적인 대화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 회사 안팎에선 ‘원칙 사수’를 강경하게 요구하는 강경파와 관리인이나 경영진이 사태를 장기화시켰다는 불만 등이 뒤섞여 박영태·이유일 두 관리인의 재량권과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은 점거 상황이 풀리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재고용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고, 재무 관점뿐 아니라 산업 관점에서 어떻게 회생하겠다는 계획이 있어야 신뢰감을 주는데 회사가 그런 부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협력업체 가운데에선 업종 전환 뜻까지 밝히고 있다. 핵심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모토텍 김석경 대표는 “8월10일까지 쌍용차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우리 공장의 쌍용차 라인을 거둬내고 엘이디(LED) 라인을 깔 생각”이라며 “대부분 회원업체들이 이달 말 이후엔 업종 전환을 하겠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등 자동차 부품 생산 노하우를 가진 업체들이 상당 부분 돌아설 경우 쌍용차가 뒤늦게 정상화된다 해도 실제 생산에 들어가는 데는 수개월씩 걸릴 수 있다. 평택/홍용덕 기자, 김영희 이형섭 기자 dora@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