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대학 ‘주판알 전문대학원 도입 삐걱’
대입 경쟁의 완화와 고급전문 인력의 양성을 목적으로 정부가 도입한 전문대학원 체제가 ‘명문대의 입시 기득권’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서울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는 이미 전문대학원 전환을 거부했다. 경영전문대학원에 대해서도 서울대 등이 ‘학부 폐지’ 조건에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연구중심 대학을 지향한다면 고급연구 인력 배출이 목표인 전문대학원 체제 구축에 적극 관심을 보여야 한다”며 “정부도 각종 행·재정적 지원과 연계해 전환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입시구도 바꾸고 싶지 않다”=서울대 의대 등은 비용부담을 전문대학원 전환을 거부하는 명분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올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경희대의 한 학기 등록금이 450만원에서 900만원대로 올랐다. 이를 두고 한준구 서울대 의대 기획실장은 “학생에게서 ‘삥’을 뜯어 교수 배를 채우려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전문대학원이 차별화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학비만 크게 올렸다는 것이다. 엄격한 기준 없이 신청한 의대를 모두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주는 것도 불만이다. 한 실장은 “(전문대학원으로) 곤란하지 않으냐는 평가를 받는 대학들이 앞다퉈 전환을 신청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유미 교육부 학술정책과장은 “의대는 법대와 달리 졸업생에게만 의사시험 응시 자격을 주기 때문에 일부만 전환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2010년 첫 졸업생이 나오는 시점에서 다시 평가해 수준이 낮은 대학들은 행·재정적 조처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의대들이 학부에 집착하는 데는 현재의 대학 서열구조에 기반한 의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뜻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성균관대의 한 관계자는 “우리 의대의 신입생 평균 수능 점수가 서울대 의대를 웃돈다”면서 “의대 학부가 대학의 사실상 간판이기 때문에 폐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명문대 기득권 지키려 회피인상
학비만 올리고 학부 파행 반론도
재정지원 통해 특성화 유도 필요 경영전문대학원 역시 ‘학부 폐지’ 조건을 놓고 난항을 빚고 있다. 안상형 서울대 경영대 학장은 “미국 주립대는 대부분 학부와 경영전문대학원을 함께 설치해 놓고, 전문대학원은 실무 교육을 하기 때문에 연구 중심 대학과는 지향점이 다르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과도한 학부 입학경쟁을 완화하고, 하바드 등 외국 유수대학원이 학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학부폐지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행·재정지원 연계 강화해야=서울대 의대는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더라도 현 정원의 10~20%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학부 정원을 80% 이상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안이다. 서 과장은 “서울대가 2002학년도부터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등을 고려해 정원의 3분의 1인 50명을 학사편입시켰다”면서 “서울대가 뒤늦게 태도를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제도에 따르면 학사편입은 정원의 10%만 받도록 되어 있으나 전문대학원 전환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용인해주었다는 것이다. 안희경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은 “학부를 졸업한 전문대학원 신입생들은 인간적으로도 성숙하고 진학동기가 분명해 학부 신입생에 비해 의학 공부에 확실한 열의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 지원금 등으로 개설 교과목을 세분화하고 다양화하는 등 교육과정을 완전히 개편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연구인력 양성과 특성화를 유도하는 각종 정부 재정지원 사업은 물론 법학전문대학원 선정과의 연계를 통해 전환을 강력 유도해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의학과 법학이 어떤 관련이 있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연구중심 대학을 지향한다고 해놓고 멋대로 특정분야만 그 쪽으로 가는 것도 모순된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전문대학원과 관련해서는 “올 하반기 경영대 학부와 대학원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지 종합 검토해 학부의 부분 병행을 허용할 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학비만 올리고 학부 파행 반론도
재정지원 통해 특성화 유도 필요 경영전문대학원 역시 ‘학부 폐지’ 조건을 놓고 난항을 빚고 있다. 안상형 서울대 경영대 학장은 “미국 주립대는 대부분 학부와 경영전문대학원을 함께 설치해 놓고, 전문대학원은 실무 교육을 하기 때문에 연구 중심 대학과는 지향점이 다르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과도한 학부 입학경쟁을 완화하고, 하바드 등 외국 유수대학원이 학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학부폐지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행·재정지원 연계 강화해야=서울대 의대는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더라도 현 정원의 10~20%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학부 정원을 80% 이상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안이다. 서 과장은 “서울대가 2002학년도부터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등을 고려해 정원의 3분의 1인 50명을 학사편입시켰다”면서 “서울대가 뒤늦게 태도를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제도에 따르면 학사편입은 정원의 10%만 받도록 되어 있으나 전문대학원 전환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용인해주었다는 것이다. 안희경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은 “학부를 졸업한 전문대학원 신입생들은 인간적으로도 성숙하고 진학동기가 분명해 학부 신입생에 비해 의학 공부에 확실한 열의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 지원금 등으로 개설 교과목을 세분화하고 다양화하는 등 교육과정을 완전히 개편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연구인력 양성과 특성화를 유도하는 각종 정부 재정지원 사업은 물론 법학전문대학원 선정과의 연계를 통해 전환을 강력 유도해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의학과 법학이 어떤 관련이 있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연구중심 대학을 지향한다고 해놓고 멋대로 특정분야만 그 쪽으로 가는 것도 모순된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전문대학원과 관련해서는 “올 하반기 경영대 학부와 대학원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지 종합 검토해 학부의 부분 병행을 허용할 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 |
||||
![]() |
▲의학전문대학원 찬반 팽팽
“통합교육으로 전인적 의사 배출” “돈 없는 집 의대진학 더 힘들어져” 의학전문대학원의 가장 주요한 쟁점은 교육과정의 차별성과 의사 양성 비용이다. 전환을 찬성하는 쪽은 “의학전문대학원은 기존 의대와는 차별화된 교과과정으로, 의사로서 필요한 전인적 자질을 갖춘 의료인을 양성할 것”이라고 말한다. 2006년부터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포천 중문의대의 이용호 교수는 “이미 4년 대학 과정을 마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문제해결 중심 및 통합교육으로 환자를 보는 전인적인 의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희경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은 “이전에는 해부학 강의 때 뭉뚱그려서 했으나 이제는 장기별로 세분화해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대 등은 교육과정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준구 서울의대 기획실장은 “현재 의과대학 교육과정도 문제해결 중심 등으로 바뀌고 있다”며 “다양한 학문적 배경이 필요하다면 학사편입 제도 등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현재 전문의 배출 비율이 매우 높아 전문의가 감기 등 가벼운 질환을 보고 있는 문제가 있다”며 “대학원을 통해 더 많이 배운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효과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의사 양성 비용을 늘리면서, 저소득층이 의사가 될 기회를 좁히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문옥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교육 과정이 2년 늘어나고 현재 전문대학원의 등록금이 의과대학보다 2배가량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의사 양성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의학전문대학원의 올해 학기당 수업료는 500만원에서 930만원까지 큰 편차를 보였다. 이런 문제는 경영전문대학원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의 주말제 경영대학원 프로그램의 한 학기 학비가 1500만원이다. 안상형 서울대 경영대 학장도 “전문대학원이 되면 교수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수업의 질과 연계한 비용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
![]() |
||
![]() |
![]() |
||||
![]() |
▲전문대학교는 헌신짝 됐나
4년제 대학들 영역 침범…학생들은 편입 골몰 수업연한 자율화 요구 “3년제 전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면 수간호사가 될 수 없어, 1년을 손해 보고 4년제 간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ㅇ전문대 교수) “4년제 대학들이 무시험 전형으로 실업고 졸업생들을 받아들이다 보니 전문대 충원율이 갈수록 떨어져 교수들이 수업준비보다 입시홍보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지방 ㅅ전문대 교수) 25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전문대학 교육혁신 결의대회’에 참가한 500여명의 전문대 교수들은 한결같이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전문대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직업자격 수준이 올라가면서 전문대 교육의 혁신이 필요한데도 전문대는 여전히 2~3년제의 ‘칸막이’에 갇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교수는 “4년제 대학들은 취업난을 이유로 애완동물·피부미용·치기공과 등 전문대의 영역을 파고드는데다 학생들의 대학 선호 의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전국 전문대의 보직교수들로 구성한 전문대학교육혁신운동본부(본부장 윤여송 인덕대 교수)는 전문대를 되살릴 방안의 하나로 수업연한의 자율화를 주장했다. 학과별로 필요와 여건에 따라 학사학위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연한을 가지고 학교유형을 나누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검토 뜻을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
![]() |
||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